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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无爲堂別曲 結 - < 모든 것이 하나로 >

전신마취 병원에서 돌아온 뒤 며칠 내내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얘기를 읽다가 '황혼과 저녁별' 장에서 자꾸 맴돌고 있다 -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그는, 100세 생일 전 한 달 전부터 더 이상 먹지 않았고, 3주일이 채 안된 1983년 8월 24일 아침에 자기 몸을 벗었다. - 나는 은총에 가득찬 그이의 떠남에서 한 생명체가 자기 힘을 다 쓰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을 목격했다. 너무도 담담하게 스코트의 죽음을 아름답게 기록하고, 그와 함께했던 '조화로운 삶터'에서 8년을 더 채운 뒤 조용히 따라서 떠난 헬렌 니어링의 마지막 말이 사무친다 - 사랑과 떠남은 삶의 일부이다! 느리고 품위 있는 에너지의 고갈로, 스..

无爲堂別曲 37 - < 진실로 거기에 이르면 >

타고난 게으름의 본색이 완연해지는데다 이제는 쉽게 지치는 몸뚱이의 신호인지… 한동안 빈 나무만 만지작거리며 손을 쉬었다 그렇게 잘못 쑨 묵 덩어리처럼 어정쩡하던 어느 날부터 속절없는 늘어짐에 작정하고 반기를 드는 심사로 길이 100 cm, 폭 37cm 대형 은행나무와 어울렸다! 진즉에 별러오던 무위당의 , 73자와 은행나무의 어울림을 이리저리 고심하다가 결국 아까운 폭 5cm의 여유를 뼈아프게 잘라내고 말았다 - 苟達無我則爲人輕賤 猶爲法樂法無彼此 ( 진실로 무아에 도달하면 남이 경시하고 천하게 여겨도 오히려 법을 즐기게 되니, 법은 피차가 없기 때문이다. ) - 見起我人有我人 起業造罪罪業相形 ( 소견으로 생각을 일으키니 따라서 나와 남이 있는 것이다. 업을 일으키고 죄를 지어서 죄업이 서로 형상을 이루어..

无爲堂別曲 36 - < 마음의 칼, 吹毛劒 >

애초에 빛나는 재주도, 고졸한 겸손도 없으면서 박제된 돌 껍데기 속에 은빛 날개 하나쯤 분명코 접혀있으리라 은근히 믿었던 건 아닐까? 소꿉놀이 새장 안의 썩은 박수에 환호작약하고 등판 빼곡하게 들러붙은 貪瞋痴 거머리에 허덕이던, 내 부끄러운 손으로 다시 无爲堂을 더듬는다 “상 받았다고 깝죽대지마. 그러면 죽어.” 전승공예 큰 상을 받아온 나전칠기 장인에게 칭찬은 고사하고,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 밥그릇이나 만들어 주며 살라고 덧붙였단다.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아무 흔적없이 사라지신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니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 꼭 책을 써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하던 사람들에게 웃으며 던진 대답이란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거기에 다 있데요.” 갑자년 낙엽 지던 날에..

无爲堂別曲 35 - < 枯木의 노래 >

- 대지의 기운을 내뿜는 것을 바람이라고 말한다. - 너는 무섭게 부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 산들바람에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 거센 바람에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 그러다가 사나운 바람이 가라앉으면 - 모든 구멍들은 고요해진다. 바람소리는, 바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도, 혹은 구멍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도 결코 아니렸다! 그것은, 다양한 강도와 방향의 바람이 다양한 모양과 깊이의 구멍과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만들어진 것이렸다! '땅의 피리'는 여러 구멍들에서 나오는 소리요, '사람의 피리'는 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라 '하늘의 소리'는? - 만 가지로 다르게 소리내지만 - 모두 자신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다! "枯木龍吟 - 마른 나무가 악기 소리 낸다." 조주선사 [碧巖錄] 2칙..

无爲堂別曲 34 - < 무심한 '無心' >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더 보일수록 그 모든 의미를 언어로 배울수록… - 開口卽錯 입을 열면 바로 어긋난다!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인가? - 언어를 통해 언어를 초월할 때 - 절대적 궁극의 세계 앞에 선 존재의 떨림, - 언어로는 치환 불가능한 찰나에 - 번득이는 섬광 같은 것, '妙悟 묘오'! - 언어는 다했어도 그 의미는 다함이 없다 개념화된 언어를 해체하여 언어 너머의 세계를 직관하고, 선적 직관의 엄호를 받으며 태어난 재조립된 새로운 언어의 종족은 어디서 찾을건가? 禪과 詩를 아우르는 언어의 쇄신 선취의 미학에 관한 책 속에 며칠 내내 빠져 말을 잃고 허우적대다가 허연 눈밭의 아침에야 문득, 무심하게(?) 잊었던, 혹은 잃어버린 듯한 '無心'의 언외지미(言外之味)를 찾아 나선다 - 只在..

无爲堂別曲 33 - < 雪春梅香 >

강릉에 다녀갔다는 12번 확진자의 얘기가 하루 내내, 밤이 이슥토록 괴담처럼 사방을 휩쓸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구석에서 작은 일의 솜털 씨앗 떨어지면 온갖 입들이 누구에게 질 새라 재빨리, 쉴새 없이, 과장해서, 험악하게 물어 나른다! 일의 전후와 실제가 모습을 드러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사방은 탄식과 분노, 그를 넘어서는 욕설과 삿대질로 채워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낭자한 상처들만 신음으로 남는다. 이 혼탁한 불신의 흑풍은 언제쯤 잦아들까? 먼 산에만 덮힌 눈이 언제쯤 이 동네에도 올까? 저 눈 녹으면 올해도 봄이 오기나 할까? 봄바람 불면 남은 눈 속에서도 매화가 필까? 아직은, 이따위 뒤틀린 심사로 봄을 기다려도 괜찮은 시대일까? 그저 머릿속이 허옇게 탈색되는 날 뿌연 미롱지 뒤에 고인 ..

无爲堂別曲 32 - < 아름다운 삶 >

-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 - 그는 나서기를 꺼리고, 지도자인 체하지 않았고, - 평생 관직을 맡지도 않았으며 - 글 한 편도, 책 한 권도 남기지 않았다 실천하는 행동인이자 고뇌하는 사색인, 생명운동과 협동 운동의 선구자로 얘기되는 무위당 장일순의 첫 평전을 읽는다 사람들은 왜 장일순을 그토록 따랐고, 사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워하는지를, 저자 '김삼웅'과 '무위당사람들'은 은근히 묻고 있다 허접한 손짓, 내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그 오래된 질문으로 며칠 이 평전 읽기와 함께 뚜닥거린 소품 하나! - ( 道는 숨어 있고 아주 작아서(隱微) 무어라 이름붙일 수 없다!) 노자 [道德經] 41장의 '道'를 춤추는 네 글자 획의 갈피 속에 살짝 덮어 버린 선생의 붓 끝, ..

无爲堂別曲 31 - < 나무와 숨쉬기 >

- 부디 칼 잡은 손 놓지 말고 - 나무와 자알 놀아 보십시오! 무형문화재 각자장 소제 이창석 선생께서 열 달 가르침이 끝나는 수료 마당에서 무딘 내 손을 잡으며 일러주던 말씀이다 어울려 놀아야 하는 가 가진 원형질적이고도 소중한 생명의 의미를 어느 명상가의 책에서 오늘 다시 배운다 - 나무는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된 -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한 생명체이다! - 나무가 내뿜는 산소 덕에 생명체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 그 제일 끝자락에 인간이라는 종이 태어났다. -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는 인간 생명의 근원이며 - 나무와 인간은 한 숨으로 호흡하는 한 몸이다 - "너의 날숨이 나의 들숨이 되고…" 이라는 작업은, 어쩌면 온갖 시련을 겪으며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나무의 숨어있는 결(무늬)..

无爲堂別曲 30 - < 一粟子 바래기 >

세상의 티끌까지도 보듬어 키우는 하늘과 바람과 바다가 숨긴 그 어떤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절 어쩌다 일면무식의 선생을 뵙고 죽은 뒤로도 채 갚지 못할 특별하고도 소중한 은혜를 입었다 - 탄광촌 국민학교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 좁쌀 한 알의 우주(一粟子) - 无爲堂. 장일순 선생님… 어깨 힘이 다 빠져버린 이제서야 투박한 손, 미련한 맘으로 선생의 주옥같은 서화를 마음으로 짚어 몇 점째 죄송하고 서툰 칼질로 나무와 어울린다 - 心境兩忘 마음과 경계 양쪽을 잊어라 [禪家龜鑑] 맑고 우뚝했던 선생의 삶의 철학을, 작품 한 점마다 오래 묵어 배어나는 선인들의 화두, 그 가르침의 가이없음을 언제, 어디까지 허약하고 야윈 영혼으로 더듬어갈지 함부로 작은 房 壁에 약속할 바 못될지라도 서툴게, 천천히,..

无爲堂別曲 29 - < 소나무 달빛 >

-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다! - 끌어 당기면 발끝이 춥고 - 밑으로 내리면 어깨가 싸늘하다 - 그러나, 긍정적인 사람은 - 무릎을 구부려 쾌적한 밤을 보낸다! 어느 현자의 쌈박한 말에 무릎을 치고 내 담요의 길이를 가늠하느라 며칠 고심하다 언제면 태어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날까? 평생 둘러맨 담요는 어떤 길이일까? - 只是箇擔板漢 지시개담판한 ( 판대기를 짊어진 놈일 뿐이다! ) 업을 묶은 판대기를 짊어져 목을 돌릴 수 없어 세상 한 쪽만 보고 가는 불쌍한 존재려니… 아직 빈궁한 내 石羽齊를 나서기 전날, 샘물 속에 비치는 소나무와 달을 빌어 일필휘지로 '寄荷堂書室'의 大吉을 축원하셨던 무위당의 네 字를 성급하게 새겨 동벽에 걸다 오늘 밤도 짙은 어둠 위로 찬바람이 거칠게 분다

无爲堂別曲 28 - < 진정한 제자 >

- 제자가 된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이다 - 제자는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이다 - 제자는 열려 있고 수용적인 사람이다 - 하나의 자궁이 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그의 머리가 기능을 중지한다 머리는 두 가지 일밖에 할 수 없다 싸우든지 추종하든지 둘 중 하나다 머리로는 절대로 제자가 될 수 없다! 제자는 '머리 지향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제자는 '가슴 지향적'이다! 그는 스승을 온전하게 사랑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모방이나 추종을 넘어서 단지 흡수할 뿐, 자신의 길을 걷는다 스승은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스승은 오직 빛을 줄 뿐이다, 제자는 그 빛으로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다! 그대는 어떠한가? 한 송이의 장미를, 아침 태양을 만났을 때와 똑같이, 다만, 내면의 빛..

无爲堂別曲 27 - < 道의 지도리 >

- 彼是莫得其偶謂之道樞 피시막득기우위지도추 (저것과 이것이 상대적인 짝을 얻지 못하는 것을 道의 '지도리'라고 한다.) - 樞始得其環中以應無窮 추시득기환중이무궁 (지도리가 고리(원)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면 무한함에 호응하게 된다.) 지도리(樞)는 여닫이 문을 만들 때 그 문을 받치면서 동시에 회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회전축을 가리키는 말이다. 궁극적으로 지도리가 없다면 문은 문이 아니게 된다. "저것(彼)과 이것(是)이 상대적인 짝을 얻지 못한 " 상태란 우리가 자신이 주체인지 아니면 타자인지를 결정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莊子는, 자신이라는 내부와 타자라는 외부의 경계선 위 즉 '문지방'에 서 있는 이런 상태를 '道樞'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우리가 이런 도추의 자리를 얻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