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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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놀이 45 - < 작별하지 않는다 – 메아리 >

염혜란의 영화, 을 보고 온 날,그가 기억하는 바람 넘치는 청보리밭이 아니라어두컴컴한 바다 밑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어쩌면 귀에 익은 묵직한 두런거림을 들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애원하는 몸, 껍데기를 버린 달팽이의 몸,피인지 진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끝없이 새어 나오는 칼날 위의 고통으로 썼다는작가 한강의 눈물겨운 독백이 또 메아리처럼…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행동하는 자들이 아니라,겪는 자, 참는 자, 묵묵히 흡수하고 감수하는 자,곧 들이라는 어느 묵시록처럼그렇게 세상의 무게를 견디다가 죽어간 그들이 살아 있는 자들의분노와 부끄러움에 찌들어 가난해진 영혼을오래 묵은 암흑에서 건져내고 있는 건 아닐까?- 작별하지 않는다!꽂아두었던 한강의 책들을 다시 뒤..

나무놀이 44 - < 바람 그물 – 무소의 뿔 >

- 如犀角 獨步行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초기 불교의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유래한이 말이, 혼탁한 세상 휘둘림에 지친 이들에게마지막 응원처럼 쓰이게 된 것은 왜일까?소설, 혹은 영화 제목으로 더 유명해진…어쩌면 허접한 필부의 이슥한 세월 속에서도습관처럼 끄집어내던 , 그 앞 구절에서의 의미를 가늠해 보다가문득, 발끝까지 저리도록 답답해지는 가슴오늘의 저 찌뿌둥한 회색 하늘은,걸리지 않던 바람까지 악착같이 옭아매는끈적끈적한 광기의 로점점 더 촘촘하게 메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연일 무고한 생명을 휴지처럼 날려버리는극악한 전쟁, 폭력, 돈, 권력, 과학, 이념, AI까지도저히 끊어 치우거나 걷어낼 수 없는 올가미에사지가 돌돌 묶인 채 버둥대는 헛날개짓…암울한 색 하늘 무늬 참죽나무 결 골라서 갈피에 묻혀 보..

나무놀이 43 - < 用心若鏡 – 미러링(mirroring) >

난생 처음 만나는 한 치 크기 미색 나무판첫인상과 너무 다른 와 근 보름 넘도록헤집고, 튕겨내고, 투덜대며 밀어내다가 다시얼레어 보듬고, 화해하며 애써 어울리는 동안불쑥 불쑥 드러내던 백들미의 뒤틀린 속살에그저 오래 묵은 아집의 칼질로 다가서다가벌레 씹은 표정으로 슬그머니 물러나던 기억들,그의 결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은 너무 낯설었더라!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벽을 넘나들며자라며 채우고, 버리며 헤아리고, 애써 간직하고어쩌다 이렇게 내게 온 나무들은 이제유리보다 선명한 이 되었나 보다!- 用心若鏡 용심약경- 오는 대로 비추고, 가는 대로 보낸다!기존의 모든 언어와 지식을 버리고빈 방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과 대면하라는해체의 가르침, 에 다가서는 것은그저 지극한 선인들의 얘기로만 남겨 두었다가오늘, 애초의 말..

나무놀이 42 - < 因其固然 – 타고 난 결에 따라 >

몇 년째, 어쩌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는나무와 더 많은 시간을 어울려 놀다 보니하많은 나무들의 무늬와 속살에 숨겨져 있던고유한 결이 드러내는 순응과 거부의 몸짓에퍽 여러 번 놀라고, 또 난감해지기도 했더라한순간 무딘 손이 들이미는 날카로운 칼날을의외의 넉넉함으로 부드럽게 품는가 하면,짧게 뒤틀거나 아예 길게 쪼개져 튕기는 순간그들은 결코 목숨을 빼앗긴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人文學이 바닥을 치던 난세의 꼴을 한탄하며이란 사람마다 타고 난 고유의 무늬(결)이니각자의 무늬(결)를 찾고 그들의 어울림을 도모하는하자고 떠들던 시절도 있었던가…대저, 이란 무엇일까?몇 바퀴를 돌아 다시 만난 莊子 편에결(理)이란, 그 사물이 갖고 있는 내적 흐름, 즉각득기의(各得其宜)의 고유성, 자연적 구분이란다- 因其固然- 타고 ..

나무놀이 41 - < 罔兩問景 – 그림자가 그림자에게 >

이제는 어쩌면그 일의 내용이나 이유조차 흐릿해진 순간들…무엇이, 무엇 때문에, 언젠가, 어디론가여하튼 몹시 고통스러운 완력과 끈적거림으로옅은 처럼 쫓아, 혹은 끌려다니던지조 없이 허접한 시간이 허다하게 있었다무엇이었을까?몸도, 마음도 종잡을 수 없게 끌고 다니던 그것,도 되지 못한 주제에 연실 투덜대며애써 의지하려던 그 다양한 존재의 실체는…- 罔兩問景 망양문경그림자(景)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옅은 그림자, 즉자신이 그림자임을 모르는 그림자 망양(罔兩)이자신이 그림자임을 아는 본 그림자(景)에게 물었다- 왜 주체성을 가지고 지조 있게 움직이지 못하는가?- (景) 내가 무엇에 의존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존하는 그것 역시 무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왜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분..

나무놀이 40 - < 버새의 눈물 – 水波不二 >

함부로 온몸과 마음이 구겨지고 접혀서시퍼런 영혼이 하얀 뼛가루처럼 흩날리는무시무시한 고통으로 암울했던 한 시절, 나는이 땅에 스스로 두 발을 딛을 힘을 박탈당하고,행성 밖 어두운 허공 속 가느다란 실 끝에간신히 매달려 숨 쉬는 풍선 같은 운명이라고…병든 일상에서 겪는 낯섬과 부조리에 대하여온갖 분노와 서러움의 저주를 웅얼거리며그나마 소중했던 신념과 인연을 갉아먹고 있었다한참 후, 장자 연구가 정용선이 찾아냈다는알베르 카뮈의 한 구절은 그야말로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슴을 찌르는 것이었다!- 썩어 없어질 두 다리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냐해결을 위한 선택의 여지조차 없을 때 귀결은 오직,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그의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이고고…그리고도 한세월 물결 속에 오락가락 깨우쳐..

마음드림 33 - < 별을 따다 구운 과자 >

두려울 게 없던 젊은 시절,뭉텅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유망 직업과꽤나 소문난 빵 가게까지 일거에 때려치우고,오로지우리밀 통밀가루에 물과 소금만으로 반죽하고철저하게 유기농 재료만 첨가, 지극 간단 레시피로누구나 집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빵과 과자,이른바 를 표방하는일체의 MSG 없는 유기농 식빵과 과자 만들기로온 국민의 먹는 건강을 돕겠다던, 한 사람이 있었다재료와 도구를 싣고 달리던 그의 1톤 탑차가전국 구석 신청자를 고집스레 찾아다닐 때, 우리는그를 라고 매우 경건하게(?) 불렀다!그 건전한 열정과 지극한 정성에 감복하여기를 쓰고 을 전파 안내하던 필부는심지어 라는 별명까지 얻었었다!허나, 세상의 어느 길이 그리 판판하던가?달콤한 맛 덜한 유기농 집빵의 거창한 성공보다는가난하고 허탈한 세월만 나..

나무놀이 39 - < 풍경 소리 – 언젠가 어느 날 >

제법 서늘해진 바람에 설익은 단풍이어스름한 석양을 등에 업고 슬그머니가파른 산등성이 기어 내려오던 늦가을친구를 찾아 들어간 정선 깊숙한 작은 선원의 마당에서 언뜻 쳐다 본 하늘,허공을 흔들던 여린 풍경(風磬) 소리는한 해를 넘기고도 가슴 구석에 머물렀더라!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은라고 했던 작가 한강은,처음으로 나란히 걸을 때 좁아지는 길에서서로의 마른 어깨가 부딪치는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믿었단다!오래도록 고여있는 그 아득한 소리가,오늘도 허공의 바다를 운명처럼 유영하는저 한 마리 물고기처럼 자꾸만 흔들려서이제는, 어설프게나마 습(習) 되었으리라턱없는 자신감으로 대들었던 이번 나무놀이는처음 만나는 의 매서운 등 돌림에몇 번이..

마음드림 32 - < 엄마“품”>

유난히도 더웠던 2022년 한여름 8월무위당 서화 특별 순회전시회에 곁들인 필부의 서각 전시로 갔던 대구에서 만난이라는 독특한 수제품 브랜드,협동조합 , 그 대표는 어쩌면 이 세상 또 다른 그늘을 비추는 촛불이었다!2013년 재봉틀 서너 대로 시작했다는미혼모시설 봉사활동 그 무모하고 작은 손짓들은2015년 미혼모의 경제적, 정서적 자립을 위해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협동조합으로 불쑥 자라났고그 후로도 10여 년, 두터운 오해와 편견의 벽을 눈물로 두드리며…미혼모나 한 부모는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 아이의 엄마로 바라보는 가 구축되기를 온몸으로 설득해 온억척스런 주인공, 그는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더라!얼마 전, 혹독한 가뭄이 이 도시를 달구던 때, 전쟁 통에 엄마를 잃은 작은 아..

나무놀이 38 - < 虛空尸居 – 무위당의 가을 >

여덟 권을 넘나드는 无爲堂 서화집에 매달려간곡한 경고, 혹은 뼈를 때리는 가르침을 골라서툴고 투박한 칼/망치질로 몇 해를 지나면서어쩌면 함부로 얻은 허허로움으로 꽤 편안했더라!구름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청룡이 그려진 듯한둥근 청자 도자기 그릇에, 그가 덥석덥석 써넣은四溟堂의 偈頌을 제대로(?) 읽어낼 때까지는…- 虛空尸居觀衆妙 天香桂子落紛紛 (허공시거관중묘 천향계자낙분분)- 허공에 시체처럼 누워 여러 묘체를 바라보니- 하늘에는 향기로운 계수나무 열매가 흩날려 떨어진다.둥근 은행나무 안둘레에 애써 그릇 테두리 만들고투박하면서도 섬세하고 자유롭기 그지없는 그 서체를습관 되어버린 추모의 기도처럼 새기다가, 문득라는 詩的 느낌이 너무 가슴을 때려사명당의 원작을 뒤적거려 게송 전문을 읽는 순간‘아 ~’, 그저 길..

나무놀이 37 - < 미타쿠예 오야신 – 인디언의 인사말 >

아메리카 인디언의 사상과 문학, 삶의 역사에서다코타 족의 는,원주민의 삶과 백인의 문화를 모두 섭렵하며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독특한 인물로 남아 있다- Mitakuye Oyasin ! (미타쿠예 오야신 !)-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미타쿠예 오야신]은,그들 삶의 방식과 영적인 통찰력에서 얻은 선물로짧은 속에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를 담고 있다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는 모든 것들,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 위의 위대한 정령까지,지금 대지 위에 사는 모든 남자와 여자, 아이들까지도북미 원주민들의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단다흰 강(화이트 리버) 수우 족의 은 말한다- 우리는 이 세상과 우주 전체를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영원한 순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순환 속에서 인..

나무놀이 36 - < 그리움 – 변증법적 상상력 >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어느 순간 하늘보다 커다란 를 잃고,공포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이라크 소녀가땅바닥에 백묵으로 엄마를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모태의 모습 그대로 조그마하게 웅크리고 잠이 든…가슴 밑바닥을 면도칼처럼 헤집고 지나가던그 사진 한 장은, 그 후로도 몇 해가 지나도록세상의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전쟁이 터질 때마다점점 두터워지는 그림자처럼 선명해지기만 하더라!누군가, 전쟁이란 평화로부터의 비겁한 도망이라고어렵지 않은 말로 해석하고 경고도 하더라만,극한을 넘어서는 어른들의 탐욕과 광기, 파괴로견딜 수 없는 공포와 배고픔에 헤매다 죽어가는저 작은 아이들은 누가, 어떻게, 얼마나 품을꼬?어린 몸으로 견뎌야 하는 세상이 온통 비어 있을 때자신에게서 의 의미를헤아리거나 대처할 수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