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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无爲堂別曲 14 - < 부끄러움의 무게 >

박완서의 는, 물질만능주의를 쫓는 현대인의 정신적 공백에 대한 비판과 자각을 다룬, 1974년의 단편소설이다 세속적인 출세욕을 부추기는 도시의 빌딩 숲 소설의 끝에서 돌연 '부끄러움을 가르치자'고 외치는 화자의 반어적 태도가 눈물겨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수치심 때문에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과 절대 죽지 않고 버젓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온갖 얘기가 장맛비처럼 축축하기만 하다! 혹자는 순수한 애도조차 가해로 몰아가는 끈질기고 파렴치한 보수의 프레임에 묶여 신음하는 도덕순결주의를 벗어나, 대놓고 싸울 줄 알아야 한단다 어쩌면 모든 시대의 굴곡과 아픔은 목숨보다 귀한 것이 있음을 보여준 그네들이 감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한껏 누리기만 했던 건 아닐까? 30년 전, 가을 산길 걸으며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풀꽃 ..

无爲堂別曲 13 - < 북망산 아래에선 >

그저 귀동냥으로 얻어듣던 鏡虛 대사 얘기를 그나마 흐릿하게 더듬어보게 된 곳은 최인호의 장편소설 '길 없는 길' 이었다 감히 흉내 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奇行으로 삶의 고락과 깨달음의 경지를 관통했다는 고승의 지워진 그림자만 낚시질하다가 무위당 서화집 깊은 페이지에서 인간의 허울좋은 껩데기를 훌러덩 벗고 춤추는 인물란 한 그루와 흔들리는 글씨로 경허를 다시 만났다 꼭, 좋은 나무 만나 새기고 싶던 이 서화를 각자장 소제 선생이 세월두고 治木하신 은사시 한 판 얻어 조심스레 새겼더라! 굵고 깊숙한 칼 그림자에 잠기는 검은 먹물의 후연한 망나니 춤사위에 북망산 바람결에 취한 꽃 한 송이 너울거린다 - 誰是孰非 夢中之事 수시숙비 몽중지사 - 北邙山下 誰爾誰我 북망산하 수이수아 [鏡虛 頌] ( 누가 옳으며 누..

无爲堂別曲 12 - < 海月과 无爲堂 >

제사는, 일체의 근원이 내 안에 있는 영원한 한울님을 향해 올리라는 향아설위 向我設位 와 우리가 다 하늘이어서 하늘이 하늘을 먹고 기른다는 이식천식 以食天食 얘기가 특히나 좋아서 들풀 한 포기에도 존경을 바치는 마음, 우주가 일심동체라는 것을 몸으로 설명한 해월 최시형 선생을 지극히 존경했다는 无爲堂 경천, 경인, 경물의 정신을 찾아 인간과 하늘, 사람과 자연이 동귀일체 同歸一體 사회 만들고 인류, 지구촌을 구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는 그가 海月의 法說에서 옮겨 써 놓은 밥 한 그릇의 깊고 선명한 의미를 다시 거친 느티나무에 서툰 손으로 새겨보다 - 사람은 한울을 떠날 수 없고 - 한울은 사람을 떠나서 이루지 못하나니 - 그러므로 사람의 호흡과 동정 動靜과 의식 衣食은 - 이것이 서로 도와주는 기틀이니라..

无爲堂別曲 11 - < 모른대니깐 >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건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다는 건지, 무엇이 그렇고 무엇이 아니라는 건지 야윈 허리 투명하게 접히고 하나 곧추세워둔 이파리 어지럽도록 그리 심하게 도리질하고 있을까 질박한 가슴에서 뻗어 나온 손이 파르르 분노한 붓끝으로 하늘을 찌르다가 못내 정말 모른다고 고개 젓고 말더라! 살짝 끼워 넣은 물푸레나무 옹이조차 답답한 세상 앓아눕는 벅찬 짐이 되어 자꾸만 병풍 뒷쪽으로 헛손질을 한다 - 몰라몰라 - 정말 모른대니깐 수 십년 묵은 그의 도리질이 날 저무는 회색빛 어스름마져도 버거워 미리 박제된 가슴을 여전히 두드리고 있더라! 나도 정말 모른다고…

无爲堂別曲 10 - < 소리 없는 풀 >

허리를 휘 두어 바퀴 비틀면 잔뜩 밴 땀이 주루룩 흐를 것 같은 더위가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마스크를 적시더니 사나운 비 폭탄에 몰아치는 바람까지, 창문틀 아래로 샘물처럼 빗물이 솟아나는 장마의 무서운 얼굴도 여지없이 보이더라!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꼬리를 잡지 못해 안절부절 잃어버린 일상의 무게를, 이제사 어김없이 지나가고 있는 계절에 저울질한다 - 하나의 풀이었으면 좋겠네 - 차라리 밟아도 좋고, 짓밟아도 소리 없어 - 그 속에 그 속에 어쩌면 그렇게 좁쌀 한 알에서 밥 한 그릇에서 천지인, 우주를 찾아내던 그이가 밟아도 소리 없는 풀이었으면 좋겠단다! 경포 습지가 잊혀졌던 호수가 되고 낮은 동네가 어김없이 또 물에 잠기던 밤 내내 풀 한 포기의 가르침을 새겼다 하얀 속살을 힘겹게 드러내더니 자신의..

无爲堂別曲 9 - < 산도, 물도 그렇게 >

연일 타오르는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의 답답함을 세상 지키는 기본으로 삼고 무진 애를 쓰는 사람들 얘기가 안타깝더니 입고 벗는 번거로움에 차마 가지 못하는 화장실, 온몸을 덮는 땀흘림에 번지는 땀띠와 호흡 곤란, 기어코… 나이든 기간제 교사의 죽음을 들었다 오만하던 정복자의 허접스런 그림자 뒤로 이제는 근원조차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가 음울한 비웃음 소리로 여전히 번지는데 태연하게 피었다가 벌써 시드는 꽃들 후끈 다가서는 폭염과 추적거리는 장맛비, 속절없는 인간을 품은 자연의 섭리는 끔찍토록 무상하다! - 山山水水 任自閒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스스로 한가하다!) 산골짜기 깊은 그림자 무심한 물소리는 칼끝으로 헤집어 보는 느티나무 결 안에 고이는데, 병든 몸으로 山水 그리던 无爲堂의 심사는 또 어떠했..

无爲堂別曲 8 - < 밥 >

누군가 무위당의 '위암'은, 찾아온 사람들이 던져놓은 문제를 가슴 속에서 녹이고 푸는 과정에서 생긴 '사리암'이라는 말을 남겼더란다 - 나무가 고목이 돼 썩으면 밑동에서 새싹이 나와야 한다. - 그래야 그 나무가 큰다. - 고목은 고목대로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가야 한다 - 거기에 자꾸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고통스런 투병 생활 중에도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일부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을 나무에 비유하여 남긴 말이다! 생명운동의 뿌리를 '밥' 한 그릇에서 찾고 '조' 한 알 속에서 우주를 얘기했던, '순한 물 같고 / 편안한 흙 같은 분'(도종환 詩) 딱딱한 다릅나무 그릇 속에 그 을, 하얀 쌀밥으로 깊게, 둥글게 새겨 보다!

无爲堂別曲 7 - < 때 時의 현묘함 >

살아있음의 무게가 서푼어치 가죽주머니 같을 때 오래된 버릇처럼 뒤적거려 보는 , 못난 자아의 실체 없음을 체감하고자 온 마음 써도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온몸을떨며 보이지 않는 사다리, 가로장 너머 '초월의 門'만 안개 속에 그려보다 만 날들… 그 판국에 무딘 칼질로 무위당을 새기다가 이번엔 아예 의 글자 하나에, - 行深般若波羅蜜多時 의 '때 時'의 현묘한 의미 풀이에 더 짙은 안개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800여 년 전 중국 송나라 때 '요통(了通)' 스님이 깨달음의 경지에서 반야심경의 한 글자, 한 단어를 일일이 풀어낸 독특한 주석에서 꺼냈다는 '때 時' - 란 바로 보는 때인데 - (오히려) 한 터럭도 볼 수 없고, -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이 허공처럼 평등하다. - 위로 쳐다보아도 집어 들어 ..

无爲堂別曲 6 - < 어떤 그리움 >

애초에 무딘 칼끝으로 그의 섬세한 붓길을 쫓아가는 무게 없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바람에 온몸 맡긴 蘭 이파리 끝에서, 戱墨과 醉墨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글씨 안에서, 깊어진 病의 혼곤한 숨소리가 건너오곤 한다! - 孤, 懷 池學淳 主敎 ( 외롭습니다! 지학순 주교를 그리워하며…) - 无爲堂 病中作 弟 華淳 覽 평생 동지였던 지학순 주교의 부재가 얼마나 사모치는, 어떤 그리움이면, 눈물 머금고 덮은 두 눈도 난꽃에 감춰두고 바람 거스르는 이파리로 서럽게 흔들릴꼬… 애통한 심사를 동생에게 보내는 흐드러지는 여백이 오늘따라 더 크게 무지랭이 道伴(?)의 온몸을 흔든다 바람이 차다!

无爲堂別曲 5 - < 蘭의 미소 >

코로나 19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 세상의 그늘진 구석까지 무섭게 창궐하면서 곳곳에서는 여태 민주와 자본이라는 가면을 쓰고 파렴치한 속살 드러냄 없이 천연덕스레 살아오던, 왜곡된 논리와 권력으로 박제되었던 뻔뻔함들이 매일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을 업은 적나라한 폭력으로 태연하게 횡행하는 것이 별로 놀랍지도 않은, 참으로 묘한 세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 수십 년 겹겹이 쌓여 온 우민의 광기(?)에 힘입어 아직도 자신이 지역 백성을 위하는 큰 일꾼인 양 착각하고 꺼리낌 없이 인사하며 손 흔들고 있는 정치꾼들은 언제면 이 땅, 이 민초들에게 진정한 민주를 돌려줄까? 태고이래 무상한 자연의 엄연한 섭리 안에서 피고 지는 하늘, 땅, 사람의 조화와 그 근본을 알아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로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

无爲堂別曲 4 - < 피 흘리는 天地 >

뼛속에 새겨져 누누히 전해내려 온 어리석은 정복자의 욕망과 오만이 한낱 미생물의 번짐으로 대책 없는 죽음으로 드러나고 서로를 할퀴고 씹어대는 온갖 싸움질로 치닫는데… 오늘도 서둘러 울타리와 문을 걸어 잠그는 나라들, 극악스런 성범죄로 공분에 불지르는 N번방 손님들, 맥락과 행간을 읽어내는 문해력을 잃은 말싸움질, 악착같이 챙겨 쓴 마스크 뒤의 얼굴들은 말을 잃었다 때를 놓쳐 물러터진 수밀도 같은 시간 틈서리에 끼어 그 끈적한 답답함과 이상한 생활 변화에 스며오는 불안, 머지않아 모든 기계가 고장나고 인간도 멈추어 서게 될 미증유의 공포 속에서도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화장실 가기 힘들어 물 먹기를 줄인다는 자원봉사 의료진, 서툰 손짓으로 마스크 몇 개 남기고 사라진 장애인, 수 백명 봉사자들에게 ..

无爲堂別曲 3 - < 마음으로 일어나니 >

한껏 부드러운 붓끝으로 허공중에 쳐낸 바람섞인 蘭의 이파리가 계절의 끝에서 몸을 떨고 도드라진 눈빛 꽃 몇 송이는 세상을 간지른다 일껏 화선지에 일필휘지로 그리고 쓴 것을 딱딱한 나무에, 날카로운 칼끝으로 또닥거리며 다시 새기는 건 또 무슨 짓일꼬?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치대는 군상의 소리들이 바이러스보다 싫어 호젓한 구석에서 안으로 안으로 잦아들어 절단된 나이테의 무늬 속에 숨어있는 나무의 숨결을 조심조심 더듬어내 본다 붓끝의 의미를 더한 칼의 물결로 '경봉스님'의 선시 에 낙락한 바람을 안고 세상과 어울리는 난향을 더해 戱墨으로 그려낸 무위당의 서화를 빈 마음으로 새기다! - 物物逢時名得香 和風到處盡春陽 물물봉시명득향 화풍도처진춘양 - 人生苦樂從心起 正眼照來萬事康 인생고락종심기 정안조래만사강 (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