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빛나는 재주도, 고졸한 겸손도 없으면서
박제된 돌 껍데기 속에 은빛 날개 하나쯤
분명코 접혀있으리라 은근히 믿었던 건 아닐까?
소꿉놀이 새장 안의 썩은 박수에 환호작약하고
등판 빼곡하게 들러붙은 貪瞋痴 거머리에 허덕이던,
내 부끄러운 손으로 다시 无爲堂을 더듬는다
“상 받았다고 깝죽대지마. 그러면 죽어.”
전승공예 큰 상을 받아온 나전칠기 장인에게
칭찬은 고사하고,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
밥그릇이나 만들어 주며 살라고 덧붙였단다.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아무 흔적없이 사라지신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니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
꼭 책을 써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하던 사람들에게 웃으며 던진 대답이란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거기에 다 있데요.”
갑자년 낙엽 지던 날에, 일필로 남긴 書題이다!
不欲以靜 (욕심을 줄임으로써 고요함을 얻는다! )
수십 년 온몸에 걸쳤던 치졸한 내 욕망의 사슬만큼
모질고도 무거운 느티나무에 투박한 양각 새겨넣고,
불로 태웠다가 긁어내고, 칠하고 다시 긁고 다듬고…
근 한 달여, 덜어내고 버리는 독한 작업으로 소진했다!
아서라! 그런다고, 박제된 돌멩이에 날개 돋으랴?
함께 걷는 벗들이 지어준 <石羽>라는 별명이나
<吹毛劒> 삼아 껴안고, 더 털어내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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