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석우의 무위당 별곡

无爲堂別曲 37 - < 진실로 거기에 이르면 >

石羽 2021. 12. 1. 18:37

타고난 게으름의 본색이 완연해지는데다

이제는 쉽게 지치는 몸뚱이의 신호인지…

한동안 빈 나무만 만지작거리며 손을 쉬었다

 

그렇게 잘못 쑨 묵 덩어리처럼 어정쩡하던 어느 날부터

속절없는 늘어짐에 작정하고 반기를 드는 심사로

길이 100 cm, 폭 37cm 대형 은행나무와 어울렸다!

 

진즉에 별러오던 무위당의 <金剛經 五家解義抄> ,

73자와 은행나무의 어울림을 이리저리 고심하다가

결국 아까운 폭 5cm의 여유를 뼈아프게 잘라내고 말았다

 

- 苟達無我則爲人輕賤 猶爲法樂法無彼此

( 진실로 무아에 도달하면 남이 경시하고 천하게 여겨도

오히려 법을 즐기게 되니, 법은 피차가 없기 때문이다. )

- 見起我人有我人 起業造罪罪業相形

( 소견으로 생각을 일으키니 따라서 나와 남이 있는 것이다.

업을 일으키고 죄를 지어서 죄업이 서로 형상을 이루어 )

- 障菩提路欲成菩提 先除罪業欲除罪業 先斷我人

( 보리의 길을 막는 것이다, 보리를 이루고자하면,

먼저 죄업을 제거하고, 죄업을 제거하고자하면,

먼저 나와 남이란 생각을 끊어라! )

 

걸어야 할 길, 닿아야 할 곳, 그 없음의 요체를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金剛처럼 눌러쓴 글씨...

그저 무망한 마음 손짓으로 눌러 새기고, 먹을 넣었다!

 

허리펴고 몰아쉬는 큰 숨소리보다 더 익은 계절

따갑게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필부의 시간은 접히는데

아직 나와 남의 구분을 지우지 못하는 날이 또 저문다!

 

세번째 마무리 칠을 끝내고 몇 걸음 물러서는

허술한 백수의 엷어진 귓가에

고운 나무결 길게 잘려나가던 전기톱 소리가

 

하얀 비명처럼 자꾸 되감기는 건

어디로 가라는, 무슨 신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