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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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드림 12 - <친구의 觀世音>

세상살이 60년이 훌쩍 지나도록 누구에게도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여일한 독서와 걷기로 스스로를 지켜 온, 키 낮은, 촘촘한 친구가 봄내에 산다 몇 해 전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이리저리 착하게 답하며 조금 심란해하더니, 특유의 차분한 사색 습관과 결행으로 또 다른 산 하나를 돌아 나오더라! 서툰 손, 투박한 맘이 은근히 動하여 房 壁에 걸어두고 싶은 문구 하나 달랬더니 아주 산 너머, 강 건너 버드나무 아래서 조용히 탄식하는 저주파의 소리를 보내왔다 - 아, 그게 人生이었구나! - 觀世音하다. 맞춤한 은행나무 애써 준비하고 좋은 대나무 그림 두어 그루 빌려 세웠다!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운신도 서걱거리는 시절이라 서둘러 우편으로 보냈더니 옥체(?) 무사히 당도했단다! - 대나무에서 빛이나네. - ..

마음드림 11 - < 素齊 治木 - 종달새 >

서투른 칼질로 어설픈 소품이나 토닥거리는 서각 왕초보 백수 주제에 거장의 나무 다스림을 온몸으로 겪는 기회를 가졌다 어쩌다가 지인의 새로 지은 집에 붙일 작은 문패(?) 하나를 만들게 되었는데... 눈비 바람 맞을 외부 작품이 처음이라 고민 끝에 소제 선생의 도움을 청하여 나무를 받았다! 최소 2년 6월에서 7년 정도라던가! 산에서 베어 온 나무를 몇 년에 걸쳐 눌러 말리고 소금물에 삶아서 뒤틀림을 방지한 뒤 다시 다듬고 칠하는 판목 준비의 세월이... 애초 훈민정음이나 동국정원 등의 목판이나 목활자 작업을 위하여 마련해 두었던 것을 일부 잘라내어 주었다는 30×30cm 자작나무는, 손으로 만지기에도 황송하도록 귀티가 났더라! 다른 나무에 비해 퍽 딱딱한 목질을 칼끝으로 만나 서툴고 투박한 손짓으로 조심..

마음드림 10 - < 龍이 읊조리는 소리 >

- 바람이 불면 고목에서 - 용이 읊조리는 소리 들리는 듯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본다고... 곧, 지극한 道는 눈앞에 무수히 펼쳐져 있지만 찾아내기 어렵단다... 벽암록에 있는, 曹山禪師 게송의 첫 구를 일전에 무위당 선생의 글씨를 빌어 새긴 뒤에도, '마른 나무에 깃든 용의 웅얼거림'의 의미는 허공 중에 맴돌다 안개 뒤로 그림자 없이 사라지더라! 언제고, 어떤 마음까지 내려 놓으면 다 마르지 않은 해골바가지의 눈동자를 만나 흐린(濁) 속에서 맑음(淸)을 얻어낼꼬... 깊어지는 허망한 탄식 섞어 다시 한 번 새긴다! - 枯木龍吟 내겐 들리지 않는 그 소리, 그저 바람이 분다 (2020. 06.)

마음드림 09 - < 천천히 가는 삶 >

금방 읽은 앞 페이지를 잊어버려 몇 번이고 책장을 다시 거슬러 넘겨야하는, 엄청나게 둔하고 느려진 독서력에 매달려 '절멸의 수용소' 안을 퍽 여러 날 헤매다가... 전혀 다른 색깔의 나무 작업 하나, 뾰족한 칼끝으로 그 무딘 조바심을 깎아내면서 겨우겨우 312페이지를 넘어갔다 -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ㅡ 언제나 생활의 모든 구석까지 소박하면서도 반듯한 차분함을 지키면서 별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농막 하나 지어놓고 퇴직 후의 여지를 유감없이 소요하는 은발 농부의 농막에 그가 지은 이름 을 되도록 찬찬히 '마왕퇴금체'로 새기고, 가족의 부탁대로 한글 부제 - 차근차근 천천히 - 를 붙였다! 부실한 솜씨의 현판 하나 달랑 걸어주고는 과분한 점심 접대와 패거리 담론 즐기다가 싱싱한 ..

마음드림 08 - < 소통하는 신체 >

중국 무술에 있다는 '추수推手'라는 수련법, 서로 손을 맞대고, 보이지 않는 을, 내보내기도 하고 받아넘기기도 한단다! 힘을 표현할 때 '勁'과 '力'을 구분한다 '力'이 신체적인 힘, 근육이나 골격에서 나오는 힘이라면, '勁'은 미세한 진동(파동) 같은 것으로, 상대방 신체 속에 스며들어 가는 것이다! '청경聽勁'이라는 말은 '경을 듣는다'는 뜻으로 상대 신체에서 오는 신호를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들을 때 신체를 미세하게 쪼개면, 상대방의 '경'이 전신의 세포 안으로 스며들어 간다는...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벗고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다는 그 인식까지 놓아 버릴 때에야 '신체로 듣는' 다는 을, 다릅에 새기다! - 內無一物 外無所求 ( 안으로 한 물건도 없고, 밖으로는 구할..

마음드림 07 - < 빈 마음 >

고성 반암리, 소제 이창석 선생 전수관에 함께 열 달을 꼬박 드나들며 고생했던 젊은 刻友가 자그마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단다 마침 그가 주었던 느티나무 판이 있어 손질했더니 나무 속에 숨어있던 멋진 결이 솟아올라 오래 묵은 묵음으로 슬며시 말을 건넨다! 크기를 가늠하다가 별 망설임 없이 '조주선사'의 을 고르고 애써 비우고자 낮은 마음으로 작업하다 - 唐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선사를 찾아와 물었다 -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 "내려 놓거라 (放下着)!" -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 - "그러면 도로 지고 가거라 (着得去)!" 질문하려는 마음, 즉 마음 속에 아무 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까지도 내려 놓으라는... - '마음 속에 한 ..

마음드림 06 - <설내마을 인디언 오두막>

평생 돈 되는 벌이 마다하고 굳이 우리 밀 건강 집빵 만들기에 매진하는 '빵짓는 농부'와 친해진지도 꽤 오래... 봄내 난분분하는 옥상 매화에 애태우던 그가 설내마을 밤나무 밭에 얼마 전부터 못 하나 쓰지않고 통나무를 칡넝쿨로 얽어맨, 그야말로 인디언 식 오두막을 짓고 있다 멋진 대문에 필부의 서각 문패 하나를 청해왔기에 '인문학연구소'의 세 백수가 의기투합하여 깊은 담론 끝에 오두막의 이름을 짓고 연구소장이 오래 묵은 소나무 판재를 쾌척, 부소장이 나무 먼지 뒤집어쓰며 완벽 손질, 필부가 서툰 칼질을 더하고 칠하여 완성했다! - 별을 따다 구운 과자 - 泄川草廬 (설내마을 풀 오두막) - 李鐘基 惠存 세상 어지러운 요즘 사람 키만한 칡을 캐서 놀래키는가 하면 유기농 달걀을 위한 병아리 키우기에도 손을 ..

마음드림 05 - < 생각하는 돌>

서 푼어치도 되지 않는 서각 초보 주제에 겸손 차분한 시인의 방 문패를 되레 안타까워하며 자그만 은행나무에 '마왕퇴금체'로 진지하게(?) 새겨 주춤거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건네러 갔더라! 문패를 받아들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연신 분에 넘치는 감사를 던지던 키다리 詩人이 잠시 보이지 않다가 들고 들어온 묵직한 보따리에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도록 기가 막히는 선물이 나왔으니... 詩人이 애지중지하며 보듬어 보살피던 새까만 '돌사람' 수석 하나가 큼직하고 묵직한 자태로 좌대에 점잖게 앉아 바다보다 깊은 사유에 잠겨있는 게 아닌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다던 속담이 시퍼렇게 살아서 내게 그물을 던지는, 강태공 곧은 낚시에 월척 고기라도 퍼덕거리는, 놀라웁고, 계면쩍고, 고맙고도 미안한 답례품을 받아 와 ..

마음드림 04 - <참사람/自由人>

- 死而不亡者壽 -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사람이다! - 萬古長空 一朝情華 - 영원한 시간과 공간에서 어느 아침 피어난 꽃 한 알의 좁쌀이기를 바랬던 一粟子 張壹淳의 삶을 지켜보고, 돌아보고 評한 사람들의 유장한 비유들이다 지식인으로서의 정직함과 엄격성, 불의에 맞서는 장렬함과 자신에 대한 청렬함 겸비, 시대를 앞서가는 정신과 방향을 제시하는 실천 모습, 시공을 넘어 사람들 마음에 여전히 와닿는 그 소탈하고 깊은 아우라의 여운이 '참사람', '제일 잘 놀다 간 자유인'이라는 선명하고도 유일한 별명으로 남았다! 결코, 함부로 흉내도 내지 못할... 장일순 평전 - 무위당의 아름다운 삶 - 을 그치지 않는 흔들림으로 덮으며, 괜히 더해지는 부끄럼 때문인지, 문득 작은 아이들을 위해 토닥거려 ..

마음드림 03 - <照顧脚下>

언제나 먼 하늘 쳐다보기를, 잠들지 않는 바다의 울음 듣기를, 다시 밝을 내일을 위해 잠들기를 버릇처럼 중얼대고 또 가르쳤다... 세상을 뒤집는 實體의 붉은 힘도, 기표의 틈서리를 헤집는 主體의 모습도, 한 걸음 뒤에 돌아봐도 없는 眞我의 행방까지 어디에 시선 꽂고 무엇을 헤집고 다녔는가? 꿈이라는 미명에 고착된 머언 시선,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할 자연의 속살 캐기, 끊임없이 타자에게서 문제를 찾는 유아적 사유, 그리고 어스름 뒤에 늘어놓는 한탄과 우울한 한숨! - 한 걸음 걷고 돌아보기를 게을리하지 말라! -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다! - 그 신비 또한 이 아니라 그대의 에서 - 스스로 발 아래를 살피며 구해야할지니! 照顧脚下 를 새기다 침묵하는 뚜벅걸음 내 나이 든 친구를 위..

마음드림 02 - <빈 배를 위하여>

청나라 말기 혼란의 시기 1840년에 태어나열 아홉 살에 출가하고1959년 120세의 나이로 입적할 때까지무너진 계율과 규범을 다시 세워참선수행의 가풍을 되살림으로써수많은 인재를 기르고 불법 융성의 기초를 다진,- 直指人心 見性成佛-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견성, 성불하라는혜능 대사의 선종을 다시 부흥시킨...'허운虛雲 대사'가 一句로 삼아 쓴- 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친필 넉 자를 조심스레 새겨 보다남아 있는 화두의 스승으로허운 대사를 안에 모셨다는어느 분께 꼭 드리고 싶어서~ (2019. 11.)

마음드림 01 - <서쪽에서 온 뜻은?>

祖師西來意 - 그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인가? 東壁上 掛葫蘆 多少時也 - 동쪽 벽에 조롱박을 걸어 둔 지 얼마더냐? 동쪽을 향했던 수 백년 전부터 섭진교 건너를 바라보는 깊고 따뜻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감히 허연 칼의 끝으로 더듬어 간다 서툰 칼질 끝나고도, 검은 먹줄 채우고도 차마 선뜻 벽에 걸지 못하고... 어둠이 짙게 깔리는 창을 내다보며 무명의 납자루 같은 무게로 가라 앉는다 헐! 허연 수염의 다른 이가 속삭인다 -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 살아야 할 신비다! (201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