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60년이 훌쩍 지나도록
누구에게도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여일한 독서와 걷기로 스스로를 지켜 온,
키 낮은, 촘촘한 친구가 봄내에 산다
몇 해 전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이리저리 착하게 답하며 조금 심란해하더니,
특유의 차분한 사색 습관과 결행으로
또 다른 산 하나를 돌아 나오더라!
서툰 손, 투박한 맘이 은근히 動하여
房 壁에 걸어두고 싶은 문구 하나 달랬더니
아주 산 너머, 강 건너 버드나무 아래서
조용히 탄식하는 저주파의 소리를 보내왔다
- 아, 그게 人生이었구나!
- 觀世音하다.
맞춤한 은행나무 애써 준비하고
좋은 대나무 그림 두어 그루 빌려 세웠다!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운신도 서걱거리는 시절이라
서둘러 우편으로 보냈더니 옥체(?) 무사히 당도했단다!
- 대나무에서 빛이나네.
- 곧음보다 휘어짐이 그 절개를 더 유연하게 했구만.
- 그 밑 잔풀은 외로움을 받치고....
- 서각 글씨체는 인생 그 무엇을 녹여냈구만....
- 벌써 댓잎에 스치는 바람소리에 달빛이 환하게 비친다네.
- 덕분에 올 추석보름은 더 환해질듯하네.
- 보름달처럼 가슴에 품고 오랫동안 꺼내보겠네.
- 이 보답을 어이할꼬? 향기 은은한 추석되시게.
헐! 감성 짙은 친구가 보낸, 분에 넘치는 해석이
낯간지러운 부끄러움을 만들더니, 어느 순간
울컥! 저 깊은 가슴 구석에서 무언가를 치밀어 올린다...
그래! 이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상, 그 너머를 바라보아야 할
무게없는 세월을 살고, 또 지우고 있고나!
그렇게, 가을이다!
(202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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