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진회색이 되어버린 하얀 장갑 실밥이 터지도록 온몸 온마음으로 고된 하루를 퍼담고 또 퍼내던, 헐렁한 함지박 하나, 아슬한 줄 끝에 목숨처럼 매달고 거칠게 따라오는 시멘트 길바닥의 비명까지도 단호한 각도로 접은 허리 힘으로 자근자근 밟으며 나지막한 바닷가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어미의 뒷모습... 이윽고, 자지러지던 석양이 사그라지는 길의 끝에서 잦아드는 함지박 끌리는 소리, 희끄무레한 점으로 그가 사라지면 저무는 길도, 바다도 서서히 나무결 속으로 스며들고 지워지는... 그런 그림 한 점, 저 허리 휘는 세월 내내 세상 인연에 원망 보태지 않고 온갖 생각 하지만 어떤 생각에도 걸리지 않는 어미 마음을 이 귀하게 얻은 에 새기고 싶었다! - 不昧因果 (불매인과) - '인과에 어둡지 않다' 일체 인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