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전체 글 1497

나무놀이 11 - < 지워지는 그림 >

거의 진회색이 되어버린 하얀 장갑 실밥이 터지도록 온몸 온마음으로 고된 하루를 퍼담고 또 퍼내던, 헐렁한 함지박 하나, 아슬한 줄 끝에 목숨처럼 매달고 거칠게 따라오는 시멘트 길바닥의 비명까지도 단호한 각도로 접은 허리 힘으로 자근자근 밟으며 나지막한 바닷가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어미의 뒷모습... 이윽고, 자지러지던 석양이 사그라지는 길의 끝에서 잦아드는 함지박 끌리는 소리, 희끄무레한 점으로 그가 사라지면 저무는 길도, 바다도 서서히 나무결 속으로 스며들고 지워지는... 그런 그림 한 점, 저 허리 휘는 세월 내내 세상 인연에 원망 보태지 않고 온갖 생각 하지만 어떤 생각에도 걸리지 않는 어미 마음을 이 귀하게 얻은 에 새기고 싶었다! - 不昧因果 (불매인과) - '인과에 어둡지 않다' 일체 인연이 ..

창고 이전

오래 지키고 써 오던 다음 블로그 창고를 이제는 없애 버린다기에.... 시키는대로 Tstory.com으로 이사를 했다!~ 괜히 서툴고, 어색하고, 낯설어서 모든 게 남의 걸 빌려쓰는 느낌이다!!! 언제쯤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까~~~ 세월 탓일까? 이런 옮김이 몹시 서툴고 싫은 것은~~ 어쨌든 거대한 셋방살이 벗어날 수 없으니 말 잘 들으며 의탁해야 할 터... 백수되기 만 4주년 9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01

나무놀이 10 - < 프라하의 趙州 >

유난히도 추웠던 나의 겨울 2014년 1월, 생전 처음 알프스를 거쳐 프라하까지 야윈 몸뚱이로 건너갔던 운좋은 일이 있었다 프라하 중앙역을 빠져나와 넓직하고 길다랗게 뻗어있는 묵직한 거리, 탱크 앞에 온몸으로 맞서 자유를 갈구한 두 젊은이의 무덤에 쌓여있던 꽃송이들... '봄'을 기다리는 바슐라프 광장은 해방을 위해 영혼을 바친 민중의 함성이 한산한 겨울 풍경으로 잠들어 있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천천히 치밀어 뜨거운 목줄기를 메우는 알 수 없는 물줄기, 온몸으로 젖어내리는 쟂빛 감동으로 터벅터벅 광장의 끝까지 걷다가... 문득, 온몸에 수 백개의 바늘이 날아와 꽂히는 듯한 섬뜩한 통증으로 이 坐像을 만났던 곳은,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이 처음 공연되었다는 (이름모를) 극장 앞이었다!..

마음드림 21 - < 봄이 흐르는 江 >

봄내 春川에는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학교와 마을엮기에 청춘을 바친, '춘천 별빛'이라는 별명 가진, 젊은 친구가 산다! 소양댐 가는 길목 송화초등학교 마을에서 도시 아이들의 산촌유학 프로젝트 활성화로 작은학교와 마을공동체 살리기에 한동안 애쓰더니 지난 해엔 기어코 (제 발로, 혹은 끌려 갔는지...) '(재) 춘천마을자치지원센터' ㅡ 의 책임자로 자리를 옮겨 더 넓고 큰 일들을 벌인다더라! 온마을 아픈 구석을 공동체의 자치로 치유하는, 야멸찬 꿈을 쫓아 사는 그의 뒤에는 언제나 맑은 웃음으로 피아노치며 응원가를 불러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함께 살아 있다! 필부의 서각놀음이 완전 초짜인줄도 모르고 그가 특별히 부탁한 현관패(?)를 두어 달이나 미적대며 미안해하다가...... 결 고운 은행나무 판 하나 골..

마음드림 20 - < 나무향기 공방 >

한 뼘도 안되는 초보 서각 실력으로 어쩌다 벌써 몇 번째 남의 소중한 공간 그 문간에 붙일, 귀한 이름 새기는 짓을 하고 있다 대나무 젓가락처럼 바싹 마른 선배 한 분은 선생으로 살던 긴 세월 내내 남들 같은 욕심 없이 그저 과학, 컴퓨터, 발명품 같은 것에 몰두 매진하더니 자신의 삶은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듯이 퇴직하면서 곧바로 커다란 창고를 얻어서 온갖 나무로 온갖 것을 만드는 나무공방을 열었다 나무 작업하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드나들고 지역 학교 아이들 목공 체험수업도 도와주는 전천후 목공예 공방 노릇을 수 년간 자처하다가... 집 주인의 사업 확장으로, 빌렸던 공간을 내어주고 조금 더 한적한 산골 마을 허름한 창고로 이사하여 몇 달에 걸친 리모델링 끝에 완벽 시설을 갖추었더라! 필부 또한 작품 나..

마음드림 19 - < 인문학공동체 '풀무' >

한 사나흘 뜸하면 괜히 궁금하고 보고 싶은, 가슴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도 서로 편안한, 백수 서넛이 어울려 여러가지 일하는 곳이 있다! 날이 갈수록 박제화되는 제도권 교육이 싫어서 이미 오래 전에 공립학교 국어 교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인문학 공부에 자유분방하게 살아 온 주인장... 그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소박한 인문학연구소가 철학, 미술사, 한시, 서예, 도예 등 퍽 여러 강좌가 만들어져 세상과 삶의 뿌리를 찾는 어엿한 공동체가 되어 감에, 사람의 결(무늬)를 찾는 성찰과 연대를 돕는 의미로 우리 전통과 생활 속에서 잊혀져 가는 상징적 기구를 골라 공동체의 새 이름을 의논 끝에 라고 지었더라! ㅡ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하여 ㅡ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 허나, 힘 있는 불바람을 일..

마음드림 18 - < 학마을 정자 >

어쩌다가 학마을로 지칭되는 구정면 오독데기 전수관 부근에 새로 세워진 정자의 현판을 감히 손대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지... 애초에 초보 서각도가 넘볼 수준이 아니었거늘, 그 동네 출신이라 끔찍히도 아끼는 지인과 오래된 친구 서각 도반의 격한 응원에 힘입어 길이 108cm, 높이 40cm, 두께 3.5cm, 여태까지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작업을 셋이 함께 하는 마음으로 열흘 정도 견뎌냈다! - 망상 산림청 목재유통센타에 가서 최고 규격 나무 고르기 - 제재된 '가래나무' 운반하여 손질 가공하고 밑칠 2회 - 90세 동네 노인의 글씨 '鶴松亭' 복사 편집하여 붙이기 - 25cm 크기 세 글자 음양각으로 새기고 다듬기 - 작품먹으로 글자 칠사고 3~5회 수정 보완 - 야외 부착을 대비한 마감칠 5회, ..

마음드림 17 - < 지지리... 福 >

어쩌다 이 어지러운 지구에 생명 하나로 닿은 그 날부터 참으로 많이 듣고, 또 중얼거렸다 - 지지리도 없는 놈 원래 이 '福'이란 한자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神意ㅡ '시(示)'와 복부가 불러오른 단지의 상형문자ㅡ'畐'의 會意文字로 '삶에서 누리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 이라 간단하고도 명료한 문장으로 설명되어 있건만 언제 한번이라도 제대로 손에 잡힌 적 있었던가? 혹자는 말한다, 福은 우리 일상과 의식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어 보지 못하고, 언제나 더불어 있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이라고! 하늘의 뜻을 거슬러 얻은 생명이었던지, 하도 미미하여 보이지 않아 내리기를 포기했던지... 어쨌든 필부에겐 언제나 지지리도 없던 그 '福'을, 가장 제멋대로의 결을 품고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고 함..

마음드림 16 - < 예수 얼굴에 칼을 대고…>

청소년마을학교 '날다'를 함께 운영하는 멤버 중에, 단체의 행정사무 일체를 지원하는 잡다한 일을 파트타임으로 계약하여 엄청 분주하게 일해주는…. 참으로 보기 드문 젊은 목사가 있다. 이 나라 안 기독교 교회 사람들이 드러내는 혼잡한 분열과 저열한 다툼이 싫어서 미래가 보장되는 거대 종파 목사 안수 포기하고 영국 교회 직속의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모여 앉을 한 평 공간도, 열광하는 신자도 없이 그는 이 도시 한 구석을 잠깐씩 빌리는 방법으로, 어쩌면 개혁을 준비하는 신앙의 본색을 함께 찾는 공부하는 공동체 '아카데미 '을 만들어냈다더라! 고딩 시절 이후 교회 부근에 절대 가지않는, 세상 온갖 神들과 일찌기 결별한 필부가 그의 독특한 신앙이 가지는 색깔과 무게를 어찌 온전히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겠냐마는..

마음드림 15 - < 팔지 않는 향기 >

차분하게 흐느는 갈색 근육 지닌, 키가 제법 미출한 밤나무 판을 만나 흔히 듣던 한 줄 새기는데... 고난처럼 굳은 획 뒤에 숨은 나무 그림자로 칼이 지날수록 왠지 자꾸 무거워진다! - 梅苦寒 不賣香(매고한 불매향) - 매화는 춥고 고통스러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며 고통을 견디어내는 그 숭고함을 담은 글의 의미 뒤적거리다 평생 지독하게 매화를 아꼈다는 퇴계 얘기를 찾다. - 홀로 있을 때 매화분(盆)을 마주하고 앉아서 - 梅兄이라 부르며 밤새 잔을 주고 받고 시를 읊고, - 겨울에도 매화분재를 방 안에 두고 보살폈다. - 일생토록 매화를 주제로 107수의 詩를 지었으며 - 임종할 때 단양의 관기 '두향'으로부터 이별 선물로 받은 -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유언까지 남겼으니... - 지..

마음드림 14 - < 집 밖의 집 >

대관령 깊은 계곡 숨어있던 산맥의 물은 샘물, 붓도랑, 시냇물 거쳐 남대천 강물되니 오늘도 잠들지 않는 바다, 동해로 흐르는데 수 십년 고여 제자리 맴도는 물처럼, 흐름과 변화의 섭리를 거부하는 동네 그 오래 묵은 냄새에 거져 젖는 게 죽도록 싫어서 남송시대, 임안(항주)을 방문한 임 승(林昇)이 분수를 모르는 사치와 향락을 개탄했던 詩 에서 한 구절 취해 자기 사는 집의 당호를 지은 사람 있었더라! - 山外青山樓外樓 : 산 밖에 청산, 누대 밖에 또 누대 있으니, - 西湖歌舞幾時休 : 서호의 가무는 언제나 그치려나? - 暖風熏得遊人醉 : 따스한 바람에 향락객은 더욱 도취하니, - 直把杭州作汴州 : 항주를 아마 변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옛 강릉읍성의 경계에 살고 있는 인문학도는 - 집이 富의 수단이 되..

마음드림 13 - < 壁 공부 >

지역의 젊은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후원자들의 힘으로 벌써 5년째 은근하게 뿌리를 내린 '날다' 하고싶은 공부는 할 수 없는 학교와 거북이 등딱지처럼 삶을 짓누르는 입시를 넘어 인문학적 공동체 활동으로 사람의 결을 찾아가는 다양한 어울림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시도들이 Covid 19가 모두의 목을 조이는 이 판에도 전혀 위축됨 없이, 오히려 알짜배기 시간을 만들고 있다! 극소규모 팀 활동으로 더 활발해진 '프로젝트 학교' 여전히 재미있는 장서를 늘려가는 '사람책 도서관' 다른 방식 고안하느라 잠시 숨고르는 '정세청세' 삼 년째 더 깊이와 무게를 더하고 있는 '민주시민포럼' 열혈 선생님들과 활짝 웃을 줄 아는 아이들, 흐뭇하게 뒤를 지키는 학부모와 후원자들을 위해 구경꾼 백수가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