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칼질로 어설픈 소품이나 토닥거리는
서각 왕초보 백수 주제에
거장의 나무 다스림을 온몸으로 겪는 기회를 가졌다
어쩌다가 지인의 새로 지은 집에 붙일
작은 문패(?) 하나를 만들게 되었는데...
눈비 바람 맞을 외부 작품이 처음이라 고민 끝에
소제 선생의 도움을 청하여 나무를 받았다!
최소 2년 6월에서 7년 정도라던가!
산에서 베어 온 나무를 몇 년에 걸쳐 눌러 말리고
소금물에 삶아서 뒤틀림을 방지한 뒤
다시 다듬고 칠하는 판목 준비의 세월이...
애초 훈민정음이나 동국정원 등의
목판이나 목활자 작업을 위하여 마련해 두었던 것을
일부 잘라내어 주었다는 30×30cm 자작나무는,
손으로 만지기에도 황송하도록 귀티가 났더라!
다른 나무에 비해 퍽 딱딱한 목질을 칼끝으로 만나
서툴고 투박한 손짓으로 조심조심 작업하면서,
전통서각의 진수는 단순히 파고 새기는 작업이 아니라
긴 시간 나무를 직접 다스리고 대접하며 손질하는
장인의 治木(나무 다스림)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기계문명에 푹 쪄들어 온 초라한 눈빛, 손끝, 생각,
그리고는 온몸으로 어쩔 수 없이 절감하게 되는...
새삼스런 놀라움과 고마움으로 다시 배운다
'종달새'라고 이름 지어진 그 집에 가거든,
오래 담금질해온 세월과 장인의 깊은 마음처럼
櫛風沐雨 ㅡ 바람결에 머리 빗고, 빗물에 머리 감으면서
또 다른 세월을 지키는 어울림이 되기를 빈다
(202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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