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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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드림 27 - < 친구의 아들 >

- 삶의 궁극적 상황에서 우리는 - 생존해야 하는 생명체 그 자체로 나타난다- 그 생명체의 이름은 이다칠십 평생 조용하고 은근한 근기로뚜벅뚜벅 차분차분한 미소로 세상을 걷던오래 묵은 눅한 친구가하나뿐인 아들의 걱정을 하더니어느 날 불러주고 소리는 같더라도담고 싶은 좋은 의미의 글자들을 새겨한의사 아들의 책상머리에 세워주고 싶다는아버지의 어려운(?) 내심을 조심스레 전해 왔다소중한 친구에게 필부의 손으로 해줄 수 있는,세상에 딱 한 개, 귀한 선물 되겠다 싶어모양 좋고 무늬 깊은 느티나무 골라 손질하고지인의 힘 있는 글씨 얻어 나름 정성을 다했더라!앞면은, 飛翔을 기원하는 애비의 마음으로,뒷면은, 널리 아우르는 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언제나 모두에게 아낌없이 열려있는잠재적 주체성의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기를느..

나무놀이 27 - < 坐忘 – 무얼 찾는고? >

오래된 섭리대로 담뿍 오색 물들기에는계절도 이제는 억울하고 어지러운가?잘못된 붓질처럼 어설프게 짙어지는 가을이매일 천연덕스레 거꾸러지는 험한 세상 꼴을 그 곱고 차분한 단풍으로 차마 덮지 못한다!나이만큼이나 헐벗고 가난한 내 심사 때문인지깜박 잠들었다가도 번번히 어둠 속에 토막잠 깨어무게도, 두께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기 십상이라…함부로 뒤틀리는 세상 꼭지 그 끄트머리에엄지손톱 한 번 누르는 쪽힘도 보태지 못하면서새삼 선지식들의 아슴한 말꼬리만 뒤적거린다산중 초막에서 주린 창자 달래가며 하루 종일을 찾고 있던 우두법융(牛頭法融)에게4조 도신(道信)선사가 반문하듯 물었단다- 觀是何人(관시하인) 心是何物(심시하물)인가? (마음을 보려고 하는 자는 누구이고  찾고 있는 그 마음은 어떤 물건인가?)밖으로 모든 ..

나무놀이 26 - < 關雲長 – 刮骨療毒 >

근 스무날에 걸쳐 지독한 집중력을 다독거리며중국 본토 드라마 95부작을 끝까지 보았다왠지 띄엄띄엄 새겨지고 혹 지워진 인물과 장면들이꼭 다시 챙겨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길고도 긴 역사의 갈피마다 전쟁 속에 드러나는수많은 등장인물의 만남과 헤어짐, 욕망과 좌절, 의리와 배신, 죽음과 추모까지 다시 더듬은 끝에살팍한 새벽잠 꿈속까지 쫓아온 인물은 역시번쩍이는 청룡언월도를 땅바닥 먼지로 끌며피땀이 번들거리는 거친 숨소리 적토마를 달리다가저녁 들판 석양을 등지고 우뚝 선, 였다!- 刮骨療毒 (괄골요독) :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다!​당대의 신의 화타(華佗)를 신뢰했던 은 마비산(麻沸散)이란 비방 마취제를 복용한 후, 화살 맞은 팔의 살을 가르고 뼛속까지 스며든 독을 말끔히 긁어내는 극한의 수술을 마다..

나무놀이 25 - < 파랑새 – 슬퍼하지 마 >

언제부터인가, 어울려 노는 나무 작품들빈 하늘 한 구석에 오래된 버릇처럼작은 새 한 마리를 새겨두기 시작한 것은…- 내 심장 속에는- 나오고 싶어 하는 파랑새가 한 마리 있어어쩌면, 마알간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리던내 고향 , 그 유년의 냇가에서부터꾸역꾸역 날개 접어 가슴 속에 감추던 새 얼굴 모르는 어미를 별 밭에서 찾으며뼈가 시리도록 외로워 울음 삼키던 밤에도,그들의 천국이라는 세상 무게에 밟히기 싫어허연 이빨로 하늘을 물어뜯던 골방 구석에서도,어쩌다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버젓한 명분 얻어흐릿한 눈빛으로 사람 숲 헤집던 오만한 시절에도,어느덧, 지친 탐욕에 쩔은 백발이 가슴까지 드리워회한의 안개만 무성한 이 계절이 이슥할 때까지도내내 어둠 속에서 접힌 날개 푸드덕거리는오래 묵은 난치병의 암호 같은 신음..

나무놀이 24 - < 은둔의 논리 – 退/殘/忍/創 >

언제부터인가 점점,온전한 눈과 생각으로 오래 버티고 앉아책을 읽는 게 몹시도 힘들어지고 있다달짝지근한 흔들림으로 잔잔히 스미는가 하면잘 벼려진 비수처럼 광폭하게 저미기도 하다가다시는 들어낼 수 없는 바위처럼 박히기도 하는데…지난 겨울부터 아예 화장실 고정 도서로몇 번이나 되뇌이며 뒤적거리는 단상 모음집,김홍중의 [은둔기계] 는 어쩌면온갖 자갈이 들러붙어 생긴 커다란 역암 절벽 같다! - 나는 은둔한다. 고로 그(것)들이 존재한다!고상한 탈속이나 정신의 세계 도피가 아니라시대의 한복판에서 미시정치적 실천을 가리키는은둔기계는, 를 새로운 삶의 원리로 삼고,기존의 경계 너머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지금 자신을 가로지르는 경계선의 배치를 바꾸어생명을 필사적으로 재조립하는 확보된 은신 속에서 노동하고, 생각하고, ..

나무놀이 23 - < 작은 조약돌 - 함께 걷는 길 >

초등학교 5학년 손주가 해마다읽고 싶어서 고른 책을 나는 따로 읽고매주 일요일, zoom에서 함께 얘기를 해온 지도어느덧 세 해가 지나간다9살 여린 이파리에서 11살 굵어지는 줄기까지어쩌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성해지는 아이의 진초록빛 상상력의 수풀 언저리에서, 그저신기하고 대견함에만 젖어 서성대는 건 아닌지…- 나한테는 내일보다는 어제가 더 많아!의 중요한 의미를 말해 준할아버지가 이 들어 별이 된 후에도온갖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자꾸 되새기는손자의 섬세하고도 시큼한 그리움을 담은의 [작은 조약돌]은허접하게 늙어버린 필부와 초딩 사이에몇 주에 걸쳐 열띤 토론(?)에 몰입하게 되는 마법의 멍석을 넓직하게 깔아 주었더라!11살 여자아이와 70대 할배가, 일요일마다탄생 - 살아 있음 - 어제와 내일 – 죽..

나무놀이 22 - < 痛哭의 緖 – 우는 이들과 함께 >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필부에게도예수의 언어는 언제나 가슴에 꽂힌다어쩌면 모든 가르침과 행적, 고뇌가 실패한 자리, 응답조차 없는 완벽한 절망의 자리인 십자가와약속되지 않았던 부활 사이의 절대적 거리가한 인간에 의해 가로질러졌다는 깊은 감동 때문일까?의 얘기가 새삼 무성해지던 한동안앉으나 걸으나 그의 노래 를 들으며새삼 세상과 함께 울 줄 아는 통곡의 근본을 생각했다그러다가, 일전에 감히면류관의 예수 초상을 새겨 드린 적 있는작은 교회 젊은 목사에게 물었다,가슴에 언제나 품고 사는 성경 구절이 어떤 것이냐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15]​그리고, 글씨 즐기시는 또 다른 목사에게그 의미 담은 글씨체로 써 주십사 부탁드렸더니,를 로 바꾸어 보내왔더라!몇 해 잘 묵혀두었던 결 고운 느티나무 깊..

나무놀이 21 - < 庸詎知 – 네가 어찌 알겠느냐? >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설결과 왕예의 문답 전설을 남회근 선생은 선명한 언어로 풀어 놓았더라!- 당신은 道를 이해합니까? - 나는 모른다(吾惡乎知之)!- 당신이 왜 道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아십니까? - 나도 모른다!- 그럼 세상에는 道나 지혜는 없겠네요? - 그것도 나는 모른다![庸詎知吾所謂不知之非知邪]- 내가 그런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임을  네가 어찌 알겠느냐?아는 것이 많을수록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 것이요,진정한 지혜는 학문, 생각, 총명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므로최고의 지혜, 최고의 학문은 앎이 그치는 데서 다 끝난다는장자의 지변(智辯), 장자의 문법을 대신한다는 세 글자, 그 단순 묵직한 질문에 속절없이 매달려맑은 은행나무 속살 위에 그의..

나무놀이 20 - < 필경사 바틀비 – 아, 인류여! >

심혈을 기울여 쓴 장편소설 [모비 딕]의 실패와 후속작에 대한 혹평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소설가 이, 안에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창밖을 응시하며 헐값에 써야 했던 필연의 중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복사기가 없던 당시에 필사를 하고 글자 수만큼 돈을 받던 독특한 직업, 필경사 바틀비는 성벽처럼 높이 세워진 월 스트리트의 벽, 견고한 고층 건물 사무실의 벽과 외벽, 절망보다 더 높고 견고한 구치소의 벽, 이 모든 벽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묵묵히, 창백하게, 기계적으로 필사하고 유령처럼 건물 여기저기에 출몰한다 -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I would prefer not to” 주검같이 맥없고 침울하게 반복하는 그의 한결같은 이 대답은 무슨 의미였을까?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부정한다기보다는, 그 행위..

나무놀이 19 - < 無 – 모든 시작과 끝 >

온 사방이 이기려는 자, 누르려는 자, 오르려는 자들로 뼈 마디가 부러지고 살점 문드러지는 소리 가득한 암울한 나날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어지러운 심사로 버릇처럼 자꾸 뒤적거려 보는 무위당 서화집… 그의 붓꼬리에 잠긴 분노와 애닮음을 다시 읽는다 서서히 뒤통수가 땡기는 써늘한 느낌, 무언가 허공 속에서 차곡차곡 무너지는 듯 거칠고 위태로운 자태의 글자 하나, - - 집이 다 탄 모양이다! 하늘이, 지붕이, 기둥이, 구들장이, 주춧돌까지, 피땀으로 짓고, 살다가, 혹은 죽은 사람의 냄새까지도 하얗게 타버린 저 집(글자 無)이 내게 건네는 의미는 애초에 생겨났던 무엇이며, 결국 남아 있는 무엇일까? - 자기 안에 존재하지도 않고, 머물면서 지속하지도 않는다!, - 자기 속이 비어 있는 듯, 아무도 주인 행세..

마음드림 26 - < 책갈피에 묻힐 친구에게 >

나이 일흔이 다 되어 가도록 오랫동안애써 구하고, 읽고, 쓰고, 간직해 온삼 만여 권 冊들을 차마 보내거나 버릴 수 없어결국, 평생의 모든 것을 털어물소리 낭자한 춘천 툇골 골짜기에를 짓고 있는풀꽃 세상의 소설가 친구가 있다반년이 넘도록 무진 애를 쓴그의 冊庫가 너무나도 거대하고 로 완성된다는 소식에 겨워각자장의 손길로 여섯 해 다듬어 治木한붉은 속살 무늬 깊은 산오리나무 한 판 구하여투박한 칼끝과 게으른 망치질로 한겨울 지냈더라!죽어서도 손에서 冊을 놓지 못할 친구의편안하고 헐렁한 초록색 툇골 냄새와골짜기 하늘 사이 올올한 자태로 일어서는 그의 冊庫, 두툼한 문설주 어디쯤을 겨냥하고백수의 소박한 정성을 응원으로 보낸다!

마음드림 25 - < 먹빛 사람결 >

허구한 날, 허다한 곳곳에서오래 묵은 대가들의 墨跡 눈동냥 하면서도필부는 아직 붓과 먹을 잘 모른다.하물며시선을 압도하고 마음의 갈피를 흔든다는그 운필의 정교함과 먹의 신묘함을 어찌아둔한 오감으로 감수할 수 있으랴!허나, 그런들 또 어떠랴?떨리는 손길, 여린 마음으로 퍽 여러 날서툰 정성과 애쓴 마음 깃들인 흔적은그저 바라보는 만큼의 흔들림으로 남아서 괜찮다!- 筆精墨妙 (필정묵묘)- 글씨는 정교하고, 먹은 오묘하다꽤나 거칠고 묵직하게 지나간 필적을속살 무르고 고집 센 편백의 결을 따라한층 더 깊숙하게 음각으로 새겼다유난히도 마른 붓끝을 많이도 흩뜨린 것은아마도 글씨 쓴 이의 당시 심사가곱지 못했던 세월만큼이나 서운했던 것일까?그런저런 사람의 무늬까지 먹빛에 스며드는어설픈 백수의 두터운 손짓 하나를사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