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 김명기 듬성듬성 심은 자작나무 그늘 아래 사내 몇이 잠을 청한다 덜 취한 몇은 남은 술병을 기울이고 아이들은 작은 돌을 던지며 비둘기를 쫓는다 익명의 절망들이 모여 이런 평온한 풍경이 되다니 인도에선 부랑아도 신비롭다던 말을 면전에서 비웃은 적이 있다 그렇게 부러우면 신비롭게 살.. 허공 중에 떠도는.../글 나부랭이 2018.11.14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 허공 중에 떠도는.../글 나부랭이 2018.10.30
노래곡 별곡 29 - <차롱 도시락의 기억> 서귀포 치유의 숲 걷기 프로그램 예약해서 깔끔한 편백나무 숲의 향기로 목욕하고 나오면 정갈한 오두막에 앉아 그 동네 사람들이 함께 정성들여 만들어 파는 매우 특별한 도시락을 맛 볼 수 있어 기억해 둔다 - 차롱 도시락 이 동네 숲에서 자라는 조릿대를 재료로 오래된 장인께서 손수..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29
노래곡 별곡 28 - <탐라 먹거리별전> 어줍잖은 섬 넋두리 몇 가닥 올렸더니 점잖은 구경꾼 한 분이 슬그머니 퍼질러 앉은 옆구리를 깊숙하게 찔렀다 ㅡ 혹 제주에 정착했냐고.... 가늘고도 은근한 비수 한 자루에 태연자약했던 온몸의 맥은 다 풀리고 사방의 낯섬이 어둠처럼 성큼 다가서던... 공포 그 며칠 너무도 온전한 익..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29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허공 중에 떠도는.../글 나부랭이 2018.10.28
시를 어떨 때 쓰느냐 물으시면 / 이병률 시는 쓰려고 앉아 있을 때만 써지지 않지 오로지 시를 생각할 때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물을 데우고 물을 따르는 사이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휙 하니 지나가고 그 자리 뒤로 무언가 피어오르는 듯할 때 그 때 조용할 때만 오지도 않지 냉장고가 용도를 멈출 때 저녁 바람이 몇 단으.. 허공 중에 떠도는.../글 나부랭이 2018.10.28
노래곡 별곡 27 - <허락된 동거> 큰 덩치 나무에 온통 기대며 모든 걸 얻어 사는 것일까? 작은 덩치 나무에 무에 하나 조금이라도 돌려받는 게 있을까? 몹시도 수상한 모양새로 분명 그들은 같이 살고 있다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8
노래곡 별곡 26 - <먼 외출> 어제 아침 해가 뜨기 전 올망졸망 구멍숭숭 낮은 돌담 골목을 느릿한 걸음으로 한 바퀴 돌다가 그를 만났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세상보다 소중한 집을 잃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에게 집이란 단지 버릴 수 밖에 없는 타자의 등짐이었던 건 아닐까? 도대체 이 길 떠난 지 얼마나 되..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8
노래곡 별곡 25 - <鄭式湯飯> 믿음가는 소개로 애써 찾아갔다가 두 번이나 지나치고서야 돌아와 찾아냈다 그냥 길 가 어디에고 흔해빠진 어느 농가 허술한 창고인 줄 알았다 ㅡ 주인이 鄭 氏 성을 가진 푸근한 청년이다! ㅡ 순전히 자기 式의 단순무지한 실내 장식 ㅡ 순전히 鄭 氏의 솜씨로 만들어 낸 단순 메뉴 ㅡ 담..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5
노래곡 별곡 24 - <알고나 있었는고?> 육갑을 떨도록 세상 나이 먹으며 그래도 가방 끈 붙잡고 여기까지 오면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알고나 있었는고? ㅡ '漢拏' 라고 부르는 것은, ㅡ 은하수를 잡아 끌어 당길 수 있을 만큼 높기 때문... 헐! 조선의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漢拏山' 얘기 한 줄도 읽지 않으면서 이 땅의 선..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5
노래곡 별곡 22 - < 가을, 바람에 지다!> 가끔은 멀쩡한 계절도 뒷걸음치는 꼴을 본다 정수리에 따갑게 박히는 투명한 햇살과 다시 돌아온 시원한 가을 바람에 등 밀려 못마땅한 몸짓으로 못이기는 체 오른 이름하여 금오름(금악오름 / 검은오름) 가파르고 성긴 숲그늘로 숨을 턱에 붙이더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화구를 사이에 ..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4
노래곡 별곡 21 - <어떤 부활과 미천한 오해> 수 십, 수 백년의 나이를 자랑하는 삼나무들이 울울창창 하늘을 찌를듯 늘어서서 '오래 묵은 숲'의 넉넉한 위용을 보이는데 어린 손님, 혹은 노인들을 위한 것인지, 누군가가 나무로 구구각색의 장승과 곤충을 깎아 자랑처럼 늘어 놓은 게 지나는 눈에 거슬렸더라! 어설픈 교만의 시간은 .. 살어리 살어리랏다.../노래곡 별곡(2018. 9)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