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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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별곡 05 - <학교가 곧 마을이다!>

수 년전 사방이 해발 800m의 고갯길로 둘러싸인 산골학교에서 선생이란 옷걸이로 살게 되었을 때 3월 초에 학교요람을 기관장 협의회에 들고 나가 매년 학생 수가 반감되는 학교의 위기를 설명하고 '푸른 숲 학교'로 외지의 아이들을 오게 하자고... 지역에서 20 세대 규모의 원룸형 주택을 지어주면, 숲 마을에서 건강한 아이들 어울려 뛰어 노는 최선의 학교교육과정을 만들어 학교를 살리겠다고... 몇 번이고 얘기하고 또 호소하다가, 두 해 하고도 여섯 달을 공허한 메아리만 듣다가 허망한 자괴감으로 학교를 떠났던 암울한 기억이, 오늘, 이 작은마을 학교 살리기 기사를 보며 뼈가 시리도록 아프게 사무치는 것은, 아직도 이 나이 든 몸뚱이와 가난한 영혼이 평생 학교 두 개의 문닫힘을 막지 못하고 물러난 작은학교 선..

석우별곡 04 - <몽양 先生의 그림자>

양평 얘기 나온 김에 그 3월, 온 사방에 다시 만세 소리 가득한 날 결이 살아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찾았던 몽양 여운형 선생의 흔적들을, 이 땅의 선생으로 점철된 지고한 삶을, 기억 지워지기 전에 역시 되새겨 둔다 지난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어디서나 젊은이들과 우매한 군중을 위해 사람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그 흔적에 새삼 이란 말의 끔찍한 의미를 되새기며 소름돋는 가슴을 들여다 본다!

석우별곡 03 - <시립미술관의 格>

3.1절 100주년 기념으로 친절하게 강릉시민단체가 안내해준 양평 나들이에서 예정에도 없이 만났던 미술전시회 하나 ㅡ 피카소에서 김환기까지 아담하게 지은 시립미술관 건물 그 안을 적절하게 채운 반가운 작품들...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모딜리아니, 샤갈, 거기에 앤디워홀, 그리고 김환기까지~ 작은 도시가 가꾸고 지키고자 하는 다양한 문화와 흔적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시립미술관이 몹시도 부럽게 보여서 아주 잊어버리기 전에 늦게나마 여기 한 페이지 남겨둔다!

석우별곡 02 - < '날다'학교에...>

ㅡ 너는 옷걸이 임을 잊지 마라! 나이들며 수 백번 되뇌이는 이 말의 끔찍함이... 또 다른 해가 뜨는, 또 다른 날이 밝아올수록 뼛속까지 저며오는 아득한 순간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뻔뻔스럽게도 이네들과 함께 또 다른 옷을 걸치고 낯선 시간 속으로 부끄러운 발을 내딛는다 강릉청소년마을학교 '날다' 언제나 진솔하고 용기있고 따뜻한 사람들 그 부름에 함께 걷는 식구가 되었다 터무니 없이 박제되어 가는 세상 고유하게 태어난 '사람의 무늬'를 찾는 일에 티끌같은 마음이 부디 어울리게 되기를... 명주동 골목을 그득 채우고 넘쳐나는 초딩, 중딩, 고딩의 싱그런 목소리들이 새 계절이 오는 하늘보다 더 푸르다!

석우별곡 01- <수구레의 노래>

도대체 슬그머니 다가 온 계절의 변화를 온 몸 어느 구석으로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이 지독한 불감증은 언제부터였을까? 결국, 듬직한 재주꾼 성악가의 부름으로 굵직한 베이스로 깔리는 봄을 싸안을 수 있었던 사천 페르마타의 밤바다를 새겨둔다 '수구레...' 강릉 어느 국밥집의 특별 메뉴, 소의 껍질과 속살 사이, 애매모호한 표층에서 얻는다는 색다른 고기의 표현하기 어려운 맛 유달리 부드럽게 어울리는 피아노 반주 그 피아노 선율의 아래로 반짝이는 밤 바다, 어둠을 착실히도 적시는 봄 빗줄기까지... 베이스 함석헌의 노래와 진솔한 얘기는 봄을 모르는 필부의 야윈 몸뚱이 어디쯤 박제된 수구레를 찾아 한 켜 벗겨내는 맛이었더라! 덕분에 이미 봄의 가운데에 서서 사방에 터지는 꽃망울 소리 새삼 들으며 이리도 부끄러..

노래곡 별곡 52 - <지움, 혹은 헤어짐의 작업>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음먹었던, 그러면서도 왠일인지 좀체 그리 할 수 없었던 시시한 일 하나를 이 아침에야 감행하였다 한 시절 책상 위에서, 혹은 책꽃이 여기 저기에서 꽤나 번듯하게 권위와 감사와 어울림을 드러내던 허울좋은 기표의 또 다른 내 얼굴들... 이윽고 그러그러한 시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