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해가 뜨기 전
올망졸망 구멍숭숭 낮은 돌담 골목을
느릿한 걸음으로 한 바퀴 돌다가
그를 만났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세상보다 소중한 집을 잃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에게 집이란 단지
버릴 수 밖에 없는 타자의 등짐이었던 건 아닐까?
도대체 이 길 떠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견고한 하얀 색 시멘트 길바닥에
비틀비틀 더 하얀 진액 자욱을 남기며
처절하게 매끈한 긴 등을 드러낸
갈색 민달팽이 한 마리
꾸물꾸물 머언 길 떠나고 있었다
하릴없는 일상의 그림자 접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
혹시나, 달려간 겁먹은 눈길 저 편
그 좁은 길 하나 건너지 못한
그의 반 토막 몸뚱이 잔해가 떠 오르고
아이고야! 해는 솟아오는데
가슴은 깜깜하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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