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부드러운 붓끝으로 허공중에 쳐낸
바람섞인 蘭의 이파리가 계절의 끝에서 몸을 떨고
도드라진 눈빛 꽃 몇 송이는 세상을 간지른다
일껏 화선지에 일필휘지로 그리고 쓴 것을
딱딱한 나무에, 날카로운 칼끝으로
또닥거리며 다시 새기는 건 또 무슨 짓일꼬?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치대는
군상의 소리들이 바이러스보다 싫어
호젓한 구석에서 안으로 안으로 잦아들어
절단된 나이테의 무늬 속에 숨어있는
나무의 숨결을 조심조심 더듬어내 본다
붓끝의 의미를 더한 칼의 물결로
'경봉스님'의 선시 <物物逢時>에
낙락한 바람을 안고 세상과 어울리는
난향을 더해 戱墨으로 그려낸
무위당의 서화를 빈 마음으로 새기다!
- 物物逢時名得香 和風到處盡春陽
물물봉시명득향 화풍도처진춘양
- 人生苦樂從心起 正眼照來萬事康
인생고락종심기 정안조래만사강
( 물건마다 만날 때에 향기로운 이름 얻으니
화풍이 이르는 곳마다 모두 봄볕이로다
인생의 고와 낙이 마음으로 일어나니
바른 눈으로 비추면 만사가 편안하다 )
ㅡ [수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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