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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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무위당 별곡

无爲堂別曲 7 - < 때 時의 현묘함 >

石羽 2021. 12. 1. 12:13

살아있음의 무게가 서푼어치 가죽주머니 같을 때

오래된 버릇처럼 뒤적거려 보는 <般若心經>,

못난 자아의 실체 없음을 체감하고자 온 마음 써도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온몸을떨며

보이지 않는 사다리, 가로장 너머

'초월의 門'만 안개 속에 그려보다 만 날들…

 

그 판국에 무딘 칼질로 무위당을 새기다가

이번엔 아예 <心經>의 글자 하나에,

 

- 行深般若波羅蜜多

의 '때 時'의 현묘한 의미 풀이에

더 짙은 안개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800여 년 전 중국 송나라 때

'요통(了通)' 스님이 깨달음의 경지에서

반야심경의 한 글자, 한 단어를 일일이 풀어낸

독특한 주석에서 꺼냈다는 '때 時'

 

- <時>란 바로 보는 때인데

- (오히려) 한 터럭도 볼 수 없고,

-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이 허공처럼 평등하다.

- 위로 쳐다보아도 집어 들어 볼 것이 없고,

- 아래로 몸소 실행해 보아도 나조차 없어져버리고 마니,

- 깨달음의 경지는 획득할 수 없을 만큼

- 현묘하고 또 현묘한 경지로 유와 무 양쪽이

- 평등하게 함께 귀일하는 <때>로구나!

 

깨알같은 글씨들을 두드리던 칼을 멈추고

아물하게 시린 눈을 들어 본 창 밖에

문득 잊었던 얘기처럼 이슬비가 내린다

 

연하게 흔들리는 대나무 이파리에도

봄은

벌써 깊게, 푹 익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