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깊은 계곡 숨어있던 산맥의 물은
샘물, 붓도랑, 시냇물 거쳐 남대천 강물되니
오늘도 잠들지 않는 바다, 동해로 흐르는데
수 십년 고여 제자리 맴도는 물처럼,
흐름과 변화의 섭리를 거부하는 동네
그 오래 묵은 냄새에 거져 젖는 게 죽도록 싫어서
남송시대, 임안(항주)을 방문한 임 승(林昇)이
분수를 모르는 사치와 향락을 개탄했던 詩
<題 臨安邸>에서 한 구절 취해
자기 사는 집의 당호를 지은 사람 있었더라!
- 山外青山樓外樓 : 산 밖에 청산, 누대 밖에 또 누대 있으니,
- 西湖歌舞幾時休 : 서호의 가무는 언제나 그치려나?
- 暖風熏得遊人醉 : 따스한 바람에 향락객은 더욱 도취하니,
- 直把杭州作汴州 : 항주를 아마 변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옛 강릉읍성의 경계에 살고 있는 인문학도는
- 집이 富의 수단이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
- 지붕 너머로 겹겹이 보이는 저 많은 樓外樓外樓...
조물주 위에 건물주, 10대의 워너비는 건물 임대업자라는
이 웃지못할 현실 앞에 이 <樓外樓>라는 당호는
드나들 때마다 그의 옷깃을 여미게 해줄 것이라 믿는단다!
집 주인 井村이 이름 손수 지은 걸
깊은 글 친구 白水가 일필로 쓰고
서툰 칼잽이 石羽가 느티나무에 새겨 걸었다!
그대, 아직 채 삭지 않은 욕망 넘치거든
옛 강릉읍성 경계에 우뚝 서 있는 그 집 앞에 들러
放下着하고 또 다른 그대와 함께 돌아가거라!
(202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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