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던 나의 겨울 2014년 1월,
생전 처음 알프스를 거쳐 프라하까지
야윈 몸뚱이로 건너갔던 운좋은 일이 있었다
프라하 중앙역을 빠져나와
넓직하고 길다랗게 뻗어있는 묵직한 거리,
탱크 앞에 온몸으로 맞서 자유를 갈구한
두 젊은이의 무덤에 쌓여있던 꽃송이들...
'봄'을 기다리는 바슐라프 광장은
해방을 위해 영혼을 바친 민중의 함성이
한산한 겨울 풍경으로 잠들어 있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천천히 치밀어
뜨거운 목줄기를 메우는 알 수 없는 물줄기,
온몸으로 젖어내리는 쟂빛 감동으로
터벅터벅 광장의 끝까지 걷다가...
문득,
온몸에 수 백개의 바늘이 날아와 꽂히는 듯한
섬뜩한 통증으로 이 坐像을 만났던 곳은,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이
처음 공연되었다는 (이름모를) 극장 앞이었다!
세상을 내다보는 눈빛도, 표정도 없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으로 어깨를 세우고
흘러내린 청동빛 거적데기로 견고하게 박제되어
푹 꺾인 거북이 목과 등허리가 자꾸만 서럽던 사람...
한 구비 세월이 머리카락에 허옇게 휘감기도록
끈적한 기억의 늪에서 그리도 선명하게 잠겨 있던
그가,
끈질기게 家風을 물어대는 학승에게 던져 준
趙州의 말 한 마디에 다짜고짜 솟아오른 건
도대체 무슨 끈일까?
- 內無一物 外无所求
(안으로는 한 물건도 없고, 밖으로는 구할 것이 없다.)
구할 것이 없으니 구하지 말 것이며
일물(一物)도 없기 때문에 내려놓을 것도 없다니...
뿌리니, 종지니 하는 모든 언구는 사람을
괴롭히고 어지럽게 만드는 말이란다!
그래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수 년을 말리고 소금물에 삶아 다듬었다는,
은은하면서 붉게 도발하는 <홍자작나무>에
프라하 겨울 바람과 조주의 가풍을
염천 땀방울 속에 오래 공들여 새긴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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