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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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마음드림

마음드림 15 - < 팔지 않는 향기 >

石羽 2022. 4. 14. 23:06

차분하게 흐느는 갈색 근육 지닌,

키가 제법 미출한 밤나무 판을 만나

흔히 듣던 한 줄 새기는데...

 

고난처럼 굳은 획 뒤에 숨은

나무 그림자로 칼이 지날수록

왠지 자꾸 무거워진다!

 

- 梅苦寒 不賣香(매고한 불매향)

- 매화는 춥고 고통스러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며 고통을 견디어내는

그 숭고함을 담은 글의 의미 뒤적거리다

평생 지독하게 매화를 아꼈다는 퇴계 얘기를 찾다.

 

- 홀로 있을 때 매화분(盆)을 마주하고 앉아서

- 梅兄이라 부르며 밤새 잔을 주고 받고 시를 읊고,

- 겨울에도 매화분재를 방 안에 두고 보살폈다.

 

- 일생토록 매화를 주제로 107수의 詩를 지었으며

- 임종할 때 단양의 관기 '두향'으로부터 이별 선물로 받은

-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유언까지 남겼으니...

- 지금도 그 두향의 매화나무는 대를 이어

- 도산서원 입구와 광명실 앞뜰에서 자라고 있다더라!

 

글을 읽을 때나 쓸 때에도 매화등(의자)에 앉아

매화문양 양각된 매화연(벼루)를 즐겨 썼다니,

도산서원 매화를 '陶山梅'라 부르는 것도 어지간하리!

 

一體敬之(세상 모든 생명을 똑같이 사랑하고 공경하라!)를

주장하고 실천하며 살았던 그의 평생 좌우명 또한

인내어 숭고함을 담은 "梅寒不賣香" 이었더라.

 

묵직만 밤나무 속에 다시 피어날

<팔지 않는 그 향기>를 칼질로 머금어 본다!

가을의 꼬리가 어스름 모퉁이를 돌아간 저녁에...

                                                     (202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