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섭리대로 담뿍 오색 물들기에는
계절도 이제는 억울하고 어지러운가?
잘못된 붓질처럼 어설프게 짙어지는 가을이
매일 천연덕스레 거꾸러지는 험한 세상 꼴을
그 곱고 차분한 단풍으로 차마 덮지 못한다!
나이만큼이나 헐벗고 가난한 내 심사 때문인지
깜박 잠들었다가도 번번히 어둠 속에 토막잠 깨어
무게도, 두께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기 십상이라…
함부로 뒤틀리는 세상 꼭지 그 끄트머리에
엄지손톱 한 번 누르는 쪽힘도 보태지 못하면서
새삼 선지식들의 아슴한 말꼬리만 뒤적거린다
산중 초막에서 주린 창자 달래가며 하루 종일
<마음>을 찾고 있던 우두법융(牛頭法融)에게
4조 도신(道信)선사가 반문하듯 물었단다
- 觀是何人(관시하인) 心是何物(심시하물)인가?
(마음을 보려고 하는 자는 누구이고
찾고 있는 그 마음은 어떤 물건인가?)
밖으로 모든 대상에 대해서
생각이 일어나지 않음이 <坐>라는데…
밤낮 마음 하나로 주객(主客)을 다투는 필부는
언제쯤 흔들리지 않는 <忘>의 시간에 닿을꼬?
- 껍데기에서 몸을 꺼내어 칼날 위를 전진하는
달팽이 같은 무엇…
며칠째 읽고 있는 어느 소설가의 고통을 반추하며
무늬 깊은 타원 느티나무에 경주마의 발굽 얹어
애꿎은 동굴 한 채, 노인의 잠투정처럼 새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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