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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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나무놀이

나무놀이 26 - < 關雲長 – 刮骨療毒 >

石羽 2024. 10. 19. 20:50

근 스무날에 걸쳐 지독한 집중력을 다독거리며
중국 본토 드라마 <삼국지> 95부작을 끝까지 보았다
왠지 띄엄띄엄 새겨지고 혹 지워진 인물과 장면들이
꼭 다시 챙겨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길고도 긴 역사의 갈피마다 전쟁 속에 드러나는
수많은 등장인물의 만남과 헤어짐, 욕망과 좌절,
의리와 배신, 죽음과 추모까지 다시 더듬은 끝에
살팍한 새벽잠 꿈속까지 쫓아온 인물은 역시

번쩍이는 청룡언월도를 땅바닥 먼지로 끌며
피땀이 번들거리는 거친 숨소리 적토마를 달리다가
저녁 들판 석양을 등지고 우뚝 선, <關羽>였다!

- 刮骨療毒 (괄골요독) :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다!

​당대의 신의 화타(華佗)를 신뢰했던 <關雲長>
마비산(麻沸散)이란 비방 마취제를 복용한 후,
화살 맞은 팔의 살을 가르고 뼛속까지 스며든 독을
말끔히 긁어내는 극한의 수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야심과 의심으로 평생 편두통에 시달리던 <曹操>
머리에 바람이 들었다는 화타의 진단을 의심하고
뇌수술을 거부하면서도, 멀어지려는 그를 옆에 잡아두고
주치의로 삼아 괴롭히다가 결국 옥사시키고 만다!

95편 대서사의 파란만장 우여곡절이 무색하도록
보편과 상식이 통해야만 하는 법치와 민주의 의미를
온갖 거짓과 독선, 파렴치한 폭력으로 짓뭉개는
이 땅, 우리의 계절이 참혹하도록 가련하고 싫어서

진갈색 무늬 꼿꼿한 인제자작나무 한 판 골라
神이 된 關雲長, 그 선명한 자태를 감히 새겨 둔다!
낡은 내 뼛조각 끄트머리라도 문질러보는 애잔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