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허다한 곳곳에서
오래 묵은 대가들의 墨跡 눈동냥 하면서도
필부는 아직 붓과 먹을 잘 모른다.
하물며
시선을 압도하고 마음의 갈피를 흔든다는
그 운필의 정교함과 먹의 신묘함을 어찌
아둔한 오감으로 감수할 수 있으랴!
허나, 그런들 또 어떠랴?
떨리는 손길, 여린 마음으로 퍽 여러 날
서툰 정성과 애쓴 마음 깃들인 흔적은
그저 바라보는 만큼의 흔들림으로 남아서 괜찮다!
- 筆精墨妙 (필정묵묘)
- 글씨는 정교하고, 먹은 오묘하다
꽤나 거칠고 묵직하게 지나간 필적을
속살 무르고 고집 센 편백의 결을 따라
한층 더 깊숙하게 음각으로 새겼다
유난히도 마른 붓끝을 많이도 흩뜨린 것은
아마도 글씨 쓴 이의 당시 심사가
곱지 못했던 세월만큼이나 서운했던 것일까?
그런저런 사람의 무늬까지 먹빛에 스며드는
어설픈 백수의 두터운 손짓 하나를
사납도록 차가운 어스름이 밀려오는
동짓달의 허리춤에서 슬그머니 밀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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