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손주가 해마다
읽고 싶어서 고른 책을 나는 따로 읽고
매주 일요일, zoom에서 함께 얘기를 해온 지도
어느덧 세 해가 지나간다
9살 여린 이파리에서 11살 굵어지는 줄기까지
어쩌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성해지는 아이의
진초록빛 상상력의 수풀 언저리에서, 그저
신기하고 대견함에만 젖어 서성대는 건 아닌지…
- 나한테는 내일보다는 어제가 더 많아!
<함께 걷고 있는 길>의 중요한 의미를 말해 준
할아버지가 <영원한 낮잠>이 들어 별이 된 후에도
온갖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자꾸 되새기는
손자의 섬세하고도 시큼한 그리움을 담은
<카티 리베이로>의 [작은 조약돌]은
허접하게 늙어버린 필부와 초딩 사이에
몇 주에 걸쳐 열띤 토론(?)에 몰입하게 되는
마법의 멍석을 넓직하게 깔아 주었더라!
11살 여자아이와 70대 할배가, 일요일마다
탄생 - 살아 있음 - 어제와 내일 – 죽음 - 기억들
그리고 할배 없이도 가야 할 아주 먼 길에 대해
노트북 앞에서 수군거리듯, 혹은 깔깔대는 진지발랄함?
죽어서도 결코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함께 그리는 자화상, 소중한 모래시계의 얘기를
속살 깊은 산오리나무 골라 두텁게 새겨 둔다!
어린 영혼에게 작은 조약돌로 남게 될까?
오늘 함께 걷는, 이 애틋한 길은
과연 언제까지, 어디까지 일까?

'석우의 나무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무놀이 25 - < 파랑새 – 슬퍼하지 마 > (0) | 2024.09.25 |
|---|---|
| 나무놀이 24 - < 은둔의 논리 – 退/殘/忍/創 > (0) | 2024.08.22 |
| 나무놀이 22 - < 痛哭의 緖 – 우는 이들과 함께 > (0) | 2024.07.01 |
| 나무놀이 21 - < 庸詎知 – 네가 어찌 알겠느냐? > (0) | 2024.06.05 |
| 나무놀이 20 - < 필경사 바틀비 – 아, 인류여! > (0) | 202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