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어쩌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는
나무와 더 많은 시간을 어울려 놀다 보니
하많은 나무들의 무늬와 속살에 숨겨져 있던
고유한 결이 드러내는 순응과 거부의 몸짓에
퍽 여러 번 놀라고, 또 난감해지기도 했더라
한순간 무딘 손이 들이미는 날카로운 칼날을
의외의 넉넉함으로 부드럽게 품는가 하면,
짧게 뒤틀거나 아예 길게 쪼개져 튕기는 순간
그들은 결코 목숨을 빼앗긴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
人文學이 바닥을 치던 난세의 꼴을 한탄하며
<人文>이란 사람마다 타고 난 고유의 무늬(결)이니
각자의 무늬(결)를 찾고 그들의 어울림을 도모하는
<사람되는 공부>하자고 떠들던 시절도 있었던가…
대저, <타고 난 결>이란 무엇일까?
몇 바퀴를 돌아 다시 만난 莊子 <양생주>편에
결(理)이란, 그 사물이 갖고 있는 내적 흐름, 즉
각득기의(各得其宜)의 고유성, 자연적 구분이란다
- 因其固然
- 타고 난 결에 따라
- 큰 틈새를 치고, 빈 곳을 따라서
- 본래 그러함을 따를 뿐…
모두 연속되어 있지만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그 결을 따르는 것이 <양생의 길> 최대치라는 것을
<포정해우(庖丁解牛)>에서 다시 배우기는 한다만…
한세월 이슥하도록 그저 보고 듣는 것에만 얽매여
<두께 없는 칼날(無厚)>의 의미조차 가늠치 못하는
이 백수의 <타고난 결>은 어디에 비추어 언제 찾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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