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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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나무놀이

나무놀이 39 - < 풍경 소리 – 언젠가 어느 날 >

石羽 2025. 11. 23. 23:36

제법 서늘해진 바람에 설익은 단풍이
어스름한 석양을 등에 업고 슬그머니
가파른 산등성이 기어 내려오던 늦가을

친구를 찾아 들어간 정선 깊숙한 <자개골>
작은 선원의 마당에서 언뜻 쳐다 본 하늘,
허공을 흔들던 여린 풍경(風磬) 소리
한 해를 넘기고도 가슴 구석에 머물렀더라!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은
<어깨>라고 했던 작가 한강은,
처음으로 나란히 걸을 때 좁아지는 길에서
서로의 마른 어깨가 부딪치는 순간

-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믿었단다!

오래도록 고여있는 그 아득한 소리가,
오늘도 허공의 바다를 운명처럼 유영하는
저 한 마리 물고기처럼 자꾸만 흔들려서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습(習) 되었으리라
턱없는 자신감으로 대들었던 이번 나무놀이
처음 만나는 <층층나무>의 매서운 등 돌림에
몇 번이나 다시 깎아내고 다르게 칠해 보는
어색한 손짓으로 부끄러운 심사를 메워야 했다!

<사람이 만든 色>을 끝도 없이 거부했던 것은
그림자 속에 지워지던 단청 처마도 아니요
깊은 골짜기를 넘어가는 산 어스름도 아니요
그저,
풍경 소리 간들거리는 텅 빈 하늘,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저 허공이었으니…

어쩌랴! 세월 허우적거린 필부의 손짓이
아직 채 벗어 버리지 못한 욕심 껍데기
불투명하고 투박한 <사람 色>이 고작인 것을!

- 언젠가 어느 날 生의 흔적들이
- 완벽하게 사라지기를,
- 그 어떤 것도 헛되지 않기를…

어설픈 몸짓 끝에 제풀에 지친 저녁
석양을 건너가는 새 한 마리 그림자 뒤로
달그랑 흰 뼈 부딪치는
풍경 소리를 새삼 크게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