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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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나무놀이

나무놀이 41 - < 罔兩問景 – 그림자가 그림자에게 >

石羽 2026. 1. 17. 10:52

이제는 어쩌면
그 일의 내용이나 이유조차 흐릿해진 순간들…

무엇이, 무엇 때문에, 언젠가, 어디론가
여하튼 몹시 고통스러운 완력과 끈적거림으로
옅은 <그림자>처럼 쫓아, 혹은 끌려다니던
지조 없이 허접한 시간이 허다하게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몸도, 마음도 종잡을 수 없게 끌고 다니던 그것,
<본 그림자>도 되지 못한 주제에 연실 투덜대며
애써 의지하려던 그 다양한 존재의 실체는…

- 罔兩問景 망양문경

그림자(景)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옅은 그림자, 즉
자신이 그림자임을 모르는 그림자 망양(罔兩)
자신이 그림자임을 아는 본 그림자(景)에게 물었다

- 왜 주체성을 가지고 지조 있게 움직이지 못하는가?
- (景) 내가 무엇에 의존해 있는 것이 아닐까?
- 의존하는 그것 역시 무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 왜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분명 만물은 서로 의지하여 연관되어 있는데,
그 의지의 근거를 무한소급하다 보면 결국
<卒乎無待, 즉 궁극적 원인자 없음>에 도달하게 된단다!

‘연관에 의한 작용은 있으나 그 실체를 볼 수 없고,
실상은 있어도 형체는 없다’는 문구 하나 부여잡고
나무 작업 내내 골똘히 새기고 자꾸 덧칠했지만…

세상에 중심이 되는 궁극적 원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존재가 중심이 되어 자기 실존의 길을 가야 함을
친절하게 권유하는 가르침은 허공에서 맴돌기만 하고

그저, 어둠 속 깊이 흔들리는 고양이 꼬리
그 털끝만 쫓아가는 또 다른 罔兩의 절실함으로
잃어버린 본 그림자(景)에게 자꾸 물어본다!

- 그림자도…
-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