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염천炎天 과 폭우의 힘겨운 여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겨우 건너고 나면
불현듯 온몸의 구석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꼭이 핑계로 떠밀어 보는 날씨 탓만도
아침 저녁 급변하는 사람 세상 탓도 아닐 터,
대저, 살아 있는 오늘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결국
아무 것도 모른 채 끝날 것 같은 조바심…
언젠가 다 사라질 이 세상의 어떤 하루, 오늘
아이들은 미래를 물고 늘어지고
나이 든 사람은 과거를 물고 늘어진다더니…
노인의 미래는 버릇처럼 반추하는 과거일까?
어허라,
한껏 우쭐거리던 욕망의 산봉우리에서도
끝 모르고 침몰하던 절망의 우물 바닥에서도
水波不二 , 어느 물결 하나 바다 아닌 게 있었던가!
별아저씨 <정현종>은 여전히 읊조린다
- 새는 울고 꽃은 핀다. 중요한 것은 그것밖에 없다.
- 절망할 수 없는 것조차 절망하지 말고…… (카프카)
늙지 않는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토닥거린다
- 지적으로 흥분시키지 못하면 지성이 아니다
- 늙는다는 것은 자신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니,
- 脚下照顧. 자기 발밑이나 잘 비추어 돌이켜 보라!
또 사라질 어떤 하루, 오늘이
가슴이 미어터지도록 혼돈의 질곡이더라도
자잘한 흥분으로, 무너지듯 그렇게 늙어갈 일이다
알량한 재주 내려놓고 그들 속에 섞여 살 일이다!
- 和光同塵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 – 道德經)
각자장 스승이 주신 작은 선물들
산밤나무, 산벚나무, 가죽나무, 산오리나무 쪽에
허접 노인의 무게 없는 삶을 새겨 두었다만,
오늘 밤에도 이 땅 곳곳에는
세상이 떠내려가고도 넘칠 듯한 빗줄기가
하늘의 노한 아우성처럼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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