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마음 창살문 차마 시원하게 열어젖히지 못하고
여전히 차오르는 슬픔이나 다독거려야 하는 새-1
차라리, 육극을 넘어 시공의 밖에 떠 올라
몸도 마음도, 삶도 죽음까지도 무게를 버린
莊子의 <無何有之鄕>에서 노닐고 싶은 새-2
어느덧 홍진의 냄새 속에 켜켜이 우거져서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서걱거리는 내 가시덤불
그 갈피에서 여전히 퍼덕거리는 작은 새들-3
그러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투박한 손길로
물 위를 스치고 간, 눈과 눈썹 사이를 스쳐 나르는,
<어쩌면 솟구쳐 오르다> 멎어버린 파도 같은
가난한 날개 죽지의 흔적을 더듬고 있더라, 새-4
- 그림자도 자꾸 겹치면 어두워지는 걸까?
-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끝나는 건 아닐까?
여전히 줄어들지 못하는 하 많은 욕심 덩어리
괜히 삭이지 못하는 슬픔과 분노로 초라한 가슴
온밤을 꼬박 새우고도 귀에 차오르는 퍼덕거림…
- 글면 또 허물으련다
- 세상보다
- 백짓장 하나만큼 낮은 자리에 (신동엽 詩)
무게도 깊이도 없이 늙어가는 백수의
알량한 마음 티끌 한 점조차 덜어내지 못하는
아둔한 탄식을 딴딴한 박달나무에 애써 새겨 둔다
삼백 넷 푸르른 날개 세월호에 침몰하고
속수무책 절망의 기억과 여전한 분노로
망연한 미안함이 두고두고 쌓이는 날
또 하루 그렇게 저물어가는
을사년 잎새달(4월) 열엿새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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