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 書刻> - 나만의 나무놀이를 만나면서
근 3년 여, 오래 묵은 마음 빚 탕감하고자
无爲堂 張壹淳 선생의 서화에 골몰했더랬다
투박한 칼과 망치로 50여 점 작업하면서도
끝내, 감히 손을 대지 못했던 선생의 얼굴蘭,
<無我想>을 이제야 다시, 조심스레 더듬는다
그 어느 서화보다 더 단순 간결하게 보이는
이 작품 앞에서 필부는 왜 그리도 망설이고
애써 외면하면서 숙제처럼 미루어 두었을꼬?
- 無我想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
(나라는 생각, 사람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생명이라는 생각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무아상 無我想,
내가 없어야 너도 규정할 수 없고
자비는 규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는,
<金剛經>의 무겁고 아득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선생의 일필휘지 이 그림은 어디까지인가?
이제는 이파리와 꽃까지 버린 난초 대궁인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얼굴, 자화상인가?
-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어쩌다 보게 된 어느 드라마 속 키 작은 賢者,
육신의 病이 깊을대로 깊어진 할머니가
신통치 못한 세상 살기에 맥빠진 손녀에게
더듬더듬 건네던 한 마디에 퍼뜩 힘을 얻었다!
하늘 가득 채우는 바람결 품은 산밤나무에
까닭을 묻는 필부의 새 한 마리 살짝 보태어
모든 관념의 相 없어지고 분별이 사라진 모습,
천천히, 조심조심 두드리고 먹을 깊게 넣었다!
- 應無所住而生其心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허망한 집착으로 앓던 세월, 마음 엎어질 때마다
비장의 무기처럼 속 주머니에 담고 다니던
한 구절을 노쇠한 가슴에 더 깊이 새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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