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갈아 넣던 대도시를 훌쩍 떠나 와
몇 년째 강릉에 짐을 풀고 삶의 틈새를 채우는
엄청 자유로운 영혼 있어, 은근 부러웠는데…
어느 날, 자신의 나무 공예에 쓰던 짜투리라며
곱게 손질된 진보라색 남미산 나무판을 건네는데,
처음 들어보는 그 이름하여, <Purple-Heart>란다!
속살까지 찐한 보라로 꽉 채워진 독특한 색조에
보기보다 두어 배 더 놀라게 되는 그 묵직함,
칼을 함부로 댈 수 없도록 견고한 나무결 때문에
멀찍이 세워두고 자주 바라보기만 무려 열 달여…
온라인에서 만난 어느 처절한 예수 이미지 무게와
젊은 목사가 기꺼이 도와준 대속의 성경 구절에 기대어
두려움을 잊은 무신론자 백수의 투박한 손짓으로
찐 보라색 속살과 결을 헤집는 난해한 작업을 시도하다!
- (내가) 진실로 진실로
- 너희에게 이르노니…
-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리라)
- 요한복음 12:24
<한 알의 밀>에 관한 지고 영원한 가르침을
내 어찌 삶에 겨워 허덕거리는
한낱 필부의 가슴으로 가늠할 수 있겠냐마는
그저, 저토록 짙은 보랏빛 하늘에 수천 년 지나도록
그럴싸한 대답이 없는, 그 <진실로 진실로>의 통곡을
깊숙이 스며드는 메아리로 새기고 싶었을 뿐이다!
** 면류관 예수의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주신
전통판화가 정찬민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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