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잿빛 광기로 멈추어버린 저 하늘은
끓어오르는 온갖 분노와 한탄에 휩싸이며
무려 일백 일이 지나도록 대답이 없고
바싹 마른 가슴 헐뜯는 미친 바람이
가혹한 저주처럼 잉태된 화마를 몰고 와
온 산과 마을이 불 몸살에 연일 경악한다
일말의 즐거움도 부끄럽게 유보된 시간,
오히려 어쩔 줄 모르는 조바심의 칼끝 세워
암울한 엄나무 덤불 속 새들을 찾아 새긴다
- 汝遊心於淡 (여유심어담)
- 너는 心境을 淡泊에 노닐게 하라!
세상의 모든 종교, 철학, 어떠한 학문, 지식,
수양 방법도 모두 <조심(調心)>에 있거늘…
우리들의 심경(心境)을 조정하여 영원히 평안하도록
조심의 도리로서 莊子가 사용한 명사는 <유심(遊心)>이라!
<담(淡)>의 경계는,
짜고 달고 쓰고 맵고 시고 하는 맛이 다 없어서
마음이 온통 맑은 물처럼 차분하고 고요한 것이라니
- 淡泊以明志 (담박이명지)
- 마음에 욕심이 없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다
팔괘 그려진 두루마기에 닭털 부채 하나 들고
하늘의 바람까지 흔들어 바꾸었던 영웅
제갈량의 명언까지 파랑새 울음소리에 덧칠해 둔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허울 좋은 법 그늘에서
밤낮없이 목이 터져라 회복을 갈구하는 시민들에게,
오늘 밤도 사그라들지 못하는 거대 산불의 공포에
헐벗은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는 이재민들에게…
고통과 원망의 어둠 속 잠시라도
차분하고 따뜻한 평안의 순간들이 함께 하기를
투박한 필부의 손으로 가난한 기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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