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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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나무놀이

나무놀이 28 - < 無鑑於水 – 사람에 비추어 보라! >

石羽 2024. 12. 31. 16:50

뒷마당 돌담 아래 누렇게 시든 이파리에도
허옇게 내려앉은 서리가 쩡~ 소리내던 아침,
식어가는 아랫목 이불 아래 비비적대다가
할머니의 호된 지청구에 바람 속으로 쫓겨나와

삐그덕 펌프질로 퍼 올린 얼음장 세숫물에
감히 손가락 끄트머리도 담그지 못하고
괜한 엉덩이만 점점 하늘로 씨익 치켜드는데

다시 날아오는 걸죽한 육두문자 호통 소리에
세숫대야 시린 물속에 어설프게 잠겨 있던
어설픈 얼굴 하나 살얼음 조각 따라 갈라진다

- 너는 누구인가?

뼛속까지 추웠던 유년의 아침 풍경에서
소스라치게 깨는 필부의 새벽 꿈자리는 그저
허접한 나이만큼이나 부끄럽고 사납기만 하다!

하늘이 왜 무서운지 애당초 배운 바 없고
수십 년 갈아 온 탐욕과 욕망의 시퍼런 비수로
이 땅의 민초들과 아이들 가슴까지 도려내던 밤,

무도함의 극을 넘어서 권력의 노예가 된 늑대들은
시린 겨울 하늘 아래 아직도 버젓이 살아있는데…

저 남쪽 <무안>의 푸른 하늘은 온통
한순간 스러져간 일백일흔아홉의 영혼으로 눈물겨운,
어이없는 날이 또 분노와 슬픔의 색깔로 저물고 있다!

- 無鑑於水 鑑於人
(물에 얼굴을 비추어보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

사람이 곧 하늘이 되는 세상,
물에, 거울에, 돈에, 권력에 얼굴 매달지 않고
사람에 비추어 서로 사람이 되는 사람의 마을에서

오래 묵은 할머니의 서릿발 호통 뒤집어쓰며
얼음장 세숫물에 잠겨 깨어지는 내 얼굴은
언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꼬 !

갑진년 마지막, 속상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