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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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마음드림

마음드림 29 - < 어려운 숙제 >

石羽 2024. 11. 17. 12:10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근친하여 그림자조차 잊고 살던 사람과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서걱거림이
어김없이 터져 나와 온 마음을 뒤집는다

모든 것을 어쩔 수 없이 중지하고 견디는
깊이가 사뭇 다른 그 서운함의 통증은
어느 소설가의 퍼어런 문장처럼
-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지인이 드물게 써내는 먹향에 담긴
어쩌면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는 글귀를
며칠째 면도날 구슬처럼 속에서 굴리다가
또 한 번 고집불통 편백나무와 마주 섰다

- 萬事從寬 만사종관
- 其福自厚 기복자후
 (모든 일에 너그러움을 쫓으면
  그 복이 스스로 두터워진다!)

귀에 떡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명심보감 짧은 글귀에 매달린 어설픈 칼끝을
결이 분명한 편백은 여전히 튕겨내는데,

원망과 한탄, 한숨과 실망으로 두드리다가
살풋한 달램과 미세한 어울림의 꼭지 쫓아
함부로 번지는 먹물까지 우여곡절 넣고 나니,

남느니,
허물어진 푸대 자루처럼 텅 빈 마음이라…
어허, 대저 너그러움(寬)이란
까맣게 폭삭 무너진 가슴 바닥에서
다시 싹트는 하얀 그림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