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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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마음드림

마음드림 24 - < 그리움이 머무는 집 >

石羽 2023. 7. 10. 22:42

누구에게도 크게 인정받은 바 없고
스스로도 그러한 바 없는 아마추어 백수에게
가끔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작업 부탁이 올 때

참으로 여러 날 부끄러움으로 망설이다가, 그저
소박한 정성 담은 마음 새겨드린다는 소견으로
몇 날씩 더 골몰해보는 시간을 건너가곤 했다

얼마 전, 자기 문중과 조상을 지극히도 아끼는
어느 姓氏네 재실에 걸겠다는 대형 현판 부탁이 있어서
함께 서각 배운 지기의 응원 덕에 감행한 바 있는데…

멀리 거창에서 매끈한 은행나무 어렵게 구해오면서부터
근 한 달여, 유난히도 긴 시간을 여러 번 쪼개어 쓰며
과하다 싶은 정성을 쏟은 특별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오늘, 그 집안사람들 여럿 모인 자리에서
조금은 거창한 현판식을 거행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새삼 커다란 은행나무와 세심하게 어울려 놀던 손짓들이
또 다른 느낌, 나무의 새로운 목숨의 뜻으로 건너간다

- 寓慕齋 (우모재)

부디, 그네들이 지어 준 그 이름의 의미만큼이나
모두에게 <그리움이 머무는 집>이 되어,
애써 담아드린 칼과 먹의 짙은 정성과 어울리며
내내 은행나무 짙은 향기로 깊어지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