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거울에 비친 얼굴을 슬슬 피하게 된 것이…
도대체 무얼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 새 차에 흠집이 나고,
아이는 다 자라서 독립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숨지고,
전혀 아프지 않던 곳이 아프고,
기억력도 결코 예전 같지 않다 …
87살에 위중한 병을 얻은 지인은
마치 20살 젊은이가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처럼
격렬하게 病에 항의하다가 떠났다
애써 외면하고 살던 <무상의 법칙>을
새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날,
은근히 내 거울을 피했던 게 아닐까?
- 無鑑於水 鑑於人 (무감어수 감어인)
- 물(거울)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 비추어 보라!
내 몸과 마음 <꼴>을 제대로 알려면
사람에 비추어 보라는 <墨子>의 경구조차
허접한 인맥으로는 마음 건네기 난감하여…
차라리,
거울보다 깊고, 사람보다 따뜻하게
은은한 색, 고운 결을 선선히 내어주는
은행나무 거울 얻어, 鑑於木 하다!!
세상이 온통 아프고 힘들다는데
계절은 너무도 선명한 색색으로 제 길 가고,
나무거울 속 내 그림자는 또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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