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하게 바람 숭숭 새는 시멘트 블록들을
무지막지한 욕망의 철조망으로 엮어 세운
누군가의 울타리 속에서 목소리 잘린 채
이리저리 시닥거리며 사육당한 것만 같은
이 나라밥 먹고 살던 생활 사십 삼년 육개월,
알량한 진심까지 약탈당하던 억울한 일상이
법률적 기한을 넘기며 마침표를 찍은 뒤
남쪽 큰 섬 서쪽, 팽나무 백 그루 있는 마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던 명월리에서.
작은 토담집에 코 박고 한껏 늘어지는 게으름으로
매일 오름과 곶자왈만 헤매며 한동안 살았다
새로 생긴 습관처럼 뒤적거리던 詩集 갈피에서
문득 어설픈 눈살에 붙들린 이성복의 詩 한 편,
- 어쩌면 솟구쳐 오르다
- 멎어버린 파도였던가
어쩌면 평생 날개에 관한 의미라고는
희망이나 자유를 향한 힘찬 비상이기보다는
애절한 욕망의 끝에서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이카루스의 추락만 새기며 살았던 필부에게
기억 없는 밤바다 눈과 눈썹 사이를 더듬고
이따금 거울 속 벗은 몸 훑어내리며
혹 잃어버린 죽지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고상하도록 부끄러운 몸짓을 만들어 주었다!
- 돌에 숨은 날개(石羽)는 언제 돋을꼬?
허리까지 차오르는 묵직한 은행나무에
오래 품어 묵힌 그 詩를 애써 새긴 며칠 뒤,
급작스런 돌의 습격(요로결석)으로
영혼까지 아득해지는 고통의 1박 2일을
봄꽃 바람 응급실에서 지새고 돌아온 날
이 넋두리를 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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