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럴싸하게 키가 제법 되는 느티나무 골라
고층 건물 유리창 밖 허공에 매달린
빨간 조끼 노동자의 하염없는 모습 빌려 새기며
언제, 어디서든
<백척 장대의 끝(百尺竿頭)>이 되고 마는
가늠키 어려운 세상 끝자락, 그 아득함에 대해
속절없는 우울함을 혼자 툴툴거린 적이 있었다
- 백척이든, 일척이든…
- 온몸으로 실려오는 삶의 벼랑 끝이라면
- 그 어둠과 아득함이 무에 다를 게 있을꼬?
왠지 눈앞에서 산뜻하게 지워지지 못하던
그 허공 중의 사내, 안간힘으로 뻗은 팔을
이참에 목련꽃 보이는 시방세계로 휘익 돌려 세우고,
며칠을 쓰다듬던 소품용 작은 산오리 나무에
기어코 无爲堂의 <須進步>와 함께 다시 소환하였다
그리고는
마땅히 내딛어야 할 거친 한걸음의 의미를
30cm 키 작은 나무 허공에 곰상스레 새겨 넣으니
- 百尺竿頭須進步 백척간두수진보
- 十方世界是全身 시방세계시전신 (无爲堂 戱)
(백척 장대의 끝에서도 [모름지기] 더 나아가면,
시방세계의 전체를 볼 수 있다.)
이름하여,
<一尺竿頭 須進步>라고 고쳐 부르리!
다가선 벼랑의 끝을 가늠할 수 없었던
세상의 흔들림과 깊이모를 무너짐 속으로
멀쩡한 생명의 꽃잎들이 묻혀 사라지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참사의 비보가
연일 가슴을 때리는 무참한 날에…

'석우의 나무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되새김 나무놀이 - < 또 다시 向我設位 > (0) | 2023.03.04 |
|---|---|
| 나무놀이 14 - <바오밥에게…> (0) | 2023.02.24 |
| 나무놀이 105 - <길들이기에 대하여…> (0) | 2023.01.17 |
| 나무놀이 13 - < 델포이의 메아리 > (0) | 2022.11.18 |
| 나무놀이 12 - < 須, 모름지기… > (0) | 202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