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석우의 나무놀이

나무놀이 전시회 - < 어떤 向我設位 >

石羽 2022. 4. 14. 22:18

한 해의 말미 열흘 이상을
<백수의 나무놀이> 흔적을 벽에 걸고,
다시 매일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처럼
꽤나 뻐근하고 묵직하게 지냈다!

아직은 채 지워지지 못한
보이지 않는 끈들의 온기였을까?
덕분에 반가움과 고마움을 섞을 수 있는
따뜻한 응원들을 챙기며 그런대로 마무리한 것 같은데

전시 철거와 더불어 일부 작품들을 바로
<강원도교육연수원 본관>으로 옮겨
또 다른 마음, 또 다른 방식으로 설치하면서도...
내내 나를 흔들고 있는 선명한 삽화를 지울 수 없었더라!

대관령 동쪽에 한밤새 갑작스런 폭설과 한파 오던 날,
애써 '키타로의 대황하'를 묵직하게 깔아놓고
아무도 오지 않는 전시장을 오롯이 혼자 돌아보던
오전 두어 시간의 가슴 시리도록 진기했던 느낌이란...

- 向我設位 !

하얀 삼면의 벽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나무판들,
그 갖가지 색깔, 무늬, 칼의 흔적, 먹의 농담들이
어느 순간, 싸늘한 공기의 틈을 헤짚고 날아와
가느다란 바늘, 기다란 화살, 시퍼런 비수처럼
온몸 구석의 세포마다 채곡채곡 박히던 알싸한 통증!

저절로 수그러지는 고개, 잔뜩 내려앉는 어깨로
마지못해 돌아서는 등짝 뒤에서 누군가가
나지막하고 굵직한 목소리로 넌지시 읊조리고 있었다

- 이 공간에 펼쳐놓은 이 흔적의 얘기는,
- 정제되지 못한 드러내기를 애써 읽어주러 오는
- 인연 섞인 타자를 위해 벽에 걸린 것이 아니라,
- 너가 서 있어야 할 너의 자리(位) 찾아
- 너가 해야 할(남아있는) 일(設)을 잃지 않도록
- 너를 향해 세워둔 <나무거울>임을 잊지 말라!

달력을 바꾸어 걸고,
가난하게 묵어가는 내 뜨락을 빗자루질하는
또 다른 아침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