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주일 내내
백 스물 다섯의 한자와 세 개의 낙관을
칼끝으로 새기며 읽고 또 읽었다
- 心平何勞持戒
(마음이 태평한데 계戒가 무슨 소용이랴!)
이따위 짓거리로 어찌
마음 태평하고 은혜와 효양과 의리를,
겸양과 인내와 충언의 의미를 알며
나무가 비벼서 불씨를 얻고
붉은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깊은 섭리를 칼끝만큼이나 깨닫게 되겠냐마는
가끔은 끊어질듯 펴기 힘들어지는 허리와
밤새 남아도는 팔꿈치의 뻐근함 만으로도
보리(깨달음)는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함을,
언어의 참뜻은
배우고 새기고 써대며 박제된
내 언어의 초라한 껍데기, 저 너머에서
다시 찾아 헤매고 또 헤매라는
慧能 대사의 揭, 그 108字의 가르침을
정갈한 붓끝으로 써내린 무위당의 글씨 새김으로
후들거리는 온몸에 그저 받아 놓는다
다시
아침을 동쪽 壁에 건다
그 누구의 오래된 조롱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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