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어쩌면 살갗처럼 익숙했던 울타리 안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만남과 얘기로 시간 쪼개기를 했다
아직도 완고한 벽들이 어느 순간
그림자의 의미로 성큼 다가설 때마다
내 발목 한쪽은 울타리 밖에 서 있음을 보다
그래서일까? 전엔 그냥 시리기만 하던 가슴이
이제는 더 선명하게 베어내는 아픈 느낌,
나이 들며 낯선 시선 점점 깊어짐을 알겠더라!
벌써부터 별러오던 '82년생 김지영'을
날씨만큼 듬성한 아침 영화관에서 보다가,
두어 번이나 대책 없이 눈물을 훔치다니…
영화는 수십 년이나 더 젊은 김지영이 아니라
환갑을 넘어선 김필부의 너덜거리는 세월을
양파 껍질처럼 벗겨내고 있었다!
그냥, 눈물겨웠더라!
-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그곳에
- 어느 누구도 아닌 자만이 남아 있다.
- 그때 그대는 자신이
- 어느 누구도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 빈 배가 되라
- 그러면 바다 전체가 그대의 것이다!
오늘의 어스름 뒤에서,
몇 겹 접히는 계절의 모퉁이에서,
무위당의 난초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색도 무늬도 깊은 향나무 결 안에서…
ㅡ 色不異空 空不異色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다)
ㅡ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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