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그은 굵은 먹 한 획의 등어리로
아직도 거센 물방울의 포말이 흐르고,
서쪽 하늘 어귀쯤에서 가슴 삭이며
천천히 밤을 밝히던 빛을 지우고 있는 달
- 水流元在海 수류원재해
- 月落不離天 월락불이천
( 강물은 흘러도 바다에 있고
달은 져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네! )
거친 선 몇 개와
허공을 흘러내리는 글씨 외엔
온통 하얀 여백으로 채워진
무위당의 이 서화 앞에서 몇 번 머뭇거리다가
온몸을 스스로의 무늬로 휘감고도,
오히려 그 결을 따라 함께 조용히 흐를 줄 아는
느티나무의 강한 끌림에 두꺼운 칼을 들었다!
깊고 둔탁한 칼끝으로 바다에 이를 때까지
기우는 달은 자꾸 하늘 끝에 파랗게 걸리고
병상에서 흘려 쓴 무위당의 글씨는 비가 되어 내렸더라
실체–양태–연장, 사유–속성-자연,
에티카로 귀환한 스피노자가
차이와 반복–실존-단호한 전복-영원회귀,
니체를 등에 업은 들뢰즈가
절대조화의 不二禪에 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毘耶離城 의 유마힐이…
강의 바닥까지 소리도 없이 꽂히는 달빛처럼,
절은 보이지 않은데 밤하늘을 채우는 종소리처럼,
가난한 필부의 심신을 거칠게 흔들어 깨우며
또 다른 바다, 또 다른 하늘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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