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네!'라는 말로 생긴 투닥거림이
황당하게 피식 웃기는 잠시를 넘어
어이없는 분노와 한심한 슬픔으로 다가서는 날
어디선가 이미 장사지낸 지 오래되었다는
이 땅의 문학, 꽤나 근친했던 소설의 시체라도 찾듯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 지금의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온 우리의 결과다
- 어쨌든 세상은 아주 조금씩 나아져 간다
30 년 동안 엄청난 자료와 생각을 준비하고,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이 장편소설을 채워 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겠다고 큰마음 먹었단다!
애초에 미천한 재주가 모자라 버겁기도 했지만,
알량한 욕망의 기표에 매달려 되쟎이 써 갈기는
소설가 되기를 포기한 건 가난한 내 삶에서 썩 잘한 일이다!
- 天地與我同根 (천지가 나와 더불어 같은 뿌리요)
- 萬物與我一體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다)
대지와 바람과 꽃이 어울려 흔들리는
무위당의 난화를 꽤 익숙한 은행나무에 새겼다가
아직 속 깊은 물기 머금은 나무에게 크게 한 방 먹었다^^
새김 뒤 칼자욱에 먹물 번지지 않게 애써 처리했는데
아뿔사! 채 비우지 못한 속 물기로 스스로 먹을 품어서
글과 그림의 선과 뿌리를 흐릿하게 풀어버리더라!
한 그루 물기 있는 나무의 生을 떠나
바싹 마른 '빈 배'로 내게 왔나 싶었는데,
그대 또한 다 버리지 못한 욕망 남았나 보구려…
속살의 결을 타고 섬세하게, 따뜻하게 번지는
그의 먹물 춤에 필부의 가슴이 함께 젖으며 흔들린다
너 또한 비우지 못한 뱃전에 찌꺼기가 한 짐인 것을
팔루스, 그 역한 냄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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