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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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무위당 별곡

无爲堂別曲 15 - < 욕망의 찌꺼기 >

石羽 2021. 12. 1. 12:24

'소설 쓰네!'라는 말로 생긴 투닥거림이

황당하게 피식 웃기는 잠시를 넘어

어이없는 분노와 한심한 슬픔으로 다가서는 날

 

어디선가 이미 장사지낸 지 오래되었다는

이 땅의 문학, 꽤나 근친했던 소설의 시체라도 찾듯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 지금의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온 우리의 결과다

- 어쨌든 세상은 아주 조금씩 나아져 간다

 

30 년 동안 엄청난 자료와 생각을 준비하고,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이 장편소설을 채워 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겠다고 큰마음 먹었단다!

 

애초에 미천한 재주가 모자라 버겁기도 했지만,

알량한 욕망의 기표에 매달려 되쟎이 써 갈기는

소설가 되기를 포기한 건 가난한 내 삶에서 썩 잘한 일이다!

 

- 天地與我同根 (천지가 나와 더불어 같은 뿌리요)

- 萬物與我一體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다)

 

대지와 바람과 꽃이 어울려 흔들리는

무위당의 난화를 꽤 익숙한 은행나무에 새겼다가

아직 속 깊은 물기 머금은 나무에게 크게 한 방 먹었다^^

 

새김 뒤 칼자욱에 먹물 번지지 않게 애써 처리했는데

아뿔사! 채 비우지 못한 속 물기로 스스로 먹을 품어서

글과 그림의 선과 뿌리를 흐릿하게 풀어버리더라!

 

한 그루 물기 있는 나무의 生을 떠나

바싹 마른 '빈 배'로 내게 왔나 싶었는데,

그대 또한 다 버리지 못한 욕망 남았나 보구려…

 

속살의 결을 타고 섬세하게, 따뜻하게 번지는

그의 먹물 춤에 필부의 가슴이 함께 젖으며 흔들린다

너 또한 비우지 못한 뱃전에 찌꺼기가 한 짐인 것을

 

팔루스, 그 역한 냄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