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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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무위당 별곡

无爲堂別曲 17 - < 얼싸안기 >

石羽 2021. 12. 1. 12:32

두 팔을 하늘처럼 벌려 최대한 반갑게

어깨가 덮히도록 안아주는 것을

'(감)싸안기'라 한다면

 

마음 방 밑바닥에 고여있던 공감의 흐름이

서로 닿은 온몸의 세포를 통하여

낯설었던 영혼까지 질척하게 적시도록 끌어안는 것을

'얼싸안기'라… 누군가가 얘기하더이다!

 

얼마 전에, 그저 나무 향과 이름에 혹하여

애써 주문하여 세심하게 다듬고 칠해 두었던

편백나무는 속 깊이 친해지기 참으로 어려웠다

 

해말간 복숭아처럼 뽀얗고 깨끗하던 나무가

바탕칠을 조심스레 두어 번 하자

숨어있던 주황색 무늬가 어지럽게 도드라지더니,

 

깔끔해 보이는 감촉만큼 믿었던 육질마저

식어 굳은 두부의 살결처럼 무르고 약해서

쇠로 된 칼끝을 함부로 대고 두드리는 손짓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한숨 몰아쉬며 멈추기 여러 번…

 

그래서 골랐을까?

사시사철 푸르름을 안고 사는 대나무,

무위당의 '抱一淸淨'으로 난감한 편백과

조심조심 천천히 다시 만났더라!

 

갈필로 휘익 날아간 대나무 줄기는 더 흔들렸고

바람이 일어야 할 이파리 끝에서는 더 머뭇거리며,

무섭게 빨아들여 번지는 먹물을 몇 번이나 닦아낸 뒤

기도라도 하듯 마무리 칠을 덮었더니

 

어느덧 이 작은 편백 친구와

대나무 그늘 아래에 퍼드러지게 누워

장일순 선생의 가을바람을 듣는 푸근함으로

지리한 장마, 찌는 더위, 참혹한 바이러스를 잊는다!

 

- 抱一淸淨 포일청정 (한결같이 청정함을 품어 안아)

- 不移基心 불이기심 (그 마음 변치 않고)

- 四時靑靑 사시청청 (사시에 푸르고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