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버젓하고 현란한 세상 짙은 그림자도,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도,
제대로 보고 들을 줄 모르던 청년 시절에
기이하게 연결된 인연의 끈을 따라가서
평생 잊지 못할 깊은 은혜를 덜커덕 입고는,
내내 선생의 큰 뜻 깨닫지 못하고 허겁지겁 살았더라!
- 기어라, 모셔라, 함께 하라!
뒤늦게 다시 찾아 어설픈 뉘우침으로 더듬어 간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낮고도 따뜻한 생애,
그리고 한 줌 마음 빚이라도 갚으려 시작한 투박한 몸짓
나무와 온몸 섞어 노는 서각(새김판)으로
오래 묵은 선생의 글과 그림을 다시 새겨보는
나름의 소박한 빚 탕감질로 두 해가 기운다
아직도 서툰 손과 비우지 못한 마음새라
돌아서면 다시 굴러내릴 시지프스의 바위겠지만
이제 덜지 못하는 감사의 기표 하나 거울로 세운다!
선생의 낮은 음성과 눈길로 엮어준 청매화 한 그루에
흐린 눈빛 밤을 새워 선생의 초상을 한 뜸씩 새기고
익숙한 그 아호 글씨 빌어다 편지 한 줄 붙였다
- 石羽의 <无爲堂 別曲>
칼끝으로 전해오던 은행나무 숨은 결 사이로
세상 그림자도, 사람 벽도, 허공의 바람처럼 보이게
필부의 허튼 목숨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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