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핥고 지나는 살가죽이
못내 아리고 핏방울이 자꾸 맺혀
무에 하나 잔상조차 새겨 넣지 못한
가난한 가슴패기가 너무 헐렁했던가
가는 손가락 서툰 칼잡이 망치질로
나무와 낮은 소리로 놀기 열 달,
사십 년 장인, 무형문화재 소제 이창석 선생 덕에
소박한 흔적을 벽에 걸어 본다
어리석은 치기와 오만의 시절
광산촌 국민학교 선생의 삶이 지켜야 할 바를
하얀 백수의 말씀으로 넌지시 일러 주셨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서화를 감히 접한다
허튼 소리 사십여 년이면 어떠랴!
스쳐간 가슴들 흔들지 못했으면 또 어떠랴!
이제 또 빈 배로 허공 중에 흔들린들 어떠랴!
'무위당'께 무례한 편지 띄운들 또 어떠랴!
먼저 선생의 서화집에서 빈 마음으로 품어 낸
난초 글이, 앞서 얘기한 <無名有閒>이요,
글씨는, 梅月堂 金時習의 道隱詩 <乍晴乍雨>였더라.
- 寄語世上須記憶 기어세상수기억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시라)
- 取歡無處得平生 취한무처득평생
(기쁨을 성취했더라도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그래도 온마음 저리며 매달렸던 수료 전시회,
낯선 <길> 위의 소박한 흔적이 실린 도록을 펼쳐놓고
가눌 수 없는 존재의 깃털보다 못한 무게에,
저녁 내내 '레옹'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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