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석우의 무위당 별곡

无爲堂別曲 2 ㅡ < 无爲堂 전상서 >

石羽 2021. 12. 1. 10:42

세월이 핥고 지나는 살가죽이

못내 아리고 핏방울이 자꾸 맺혀

무에 하나 잔상조차 새겨 넣지 못한

가난한 가슴패기가 너무 헐렁했던가

 

가는 손가락 서툰 칼잡이 망치질로

나무와 낮은 소리로 놀기 열 달,

사십 년 장인, 무형문화재 소제 이창석 선생 덕에

소박한 흔적을 벽에 걸어 본다

 

어리석은 치기와 오만의 시절

광산촌 국민학교 선생의 삶이 지켜야 할 바를

하얀 백수의 말씀으로 넌지시 일러 주셨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서화를 감히 접한다

 

허튼 소리 사십여 년이면 어떠랴!

스쳐간 가슴들 흔들지 못했으면 또 어떠랴!

이제 또 빈 배로 허공 중에 흔들린들 어떠랴!

'무위당'께 무례한 편지 띄운들 또 어떠랴!

 

먼저 선생의 서화집에서 빈 마음으로 품어 낸

난초 글이, 앞서 얘기한 <無名有閒>이요,

글씨는, 梅月堂 金時習의 道隱詩 <乍晴乍雨>였더라.

 

- 寄語世上須記憶 기어세상수기억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시라)

- 取歡無處得平生 취한무처득평생

(기쁨을 성취했더라도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그래도 온마음 저리며 매달렸던 수료 전시회,

낯선 <길> 위의 소박한 흔적이 실린 도록을 펼쳐놓고

가눌 수 없는 존재의 깃털보다 못한 무게에,

저녁 내내 '레옹'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