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가난했던 삶 하나를
안다는 익숙함에 기대어 덧칠하며 살았다는 느낌이,
이제는 그마저 내려놓아야 한다는 묵직한 어깨 눌림에
망연히 내다보는 오후 다섯 시의 나지막한 창 너머로,
문득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며 쏟아져 들어오는
아는 목소리, 아는 얼굴들, 그 시간의 작은 흔적들까지도,
얼마나 행복하고도 아쉬운 떨림인지요!
수십 번이나 비슷한 연습을 해 왔으면서도, 아직
천연덕스럽지 못하고 서툴기만 한 <헤어짐>때문에, 끝내
사족을 준비하는 오늘에서야 그 <행복한 떨림>을 되짚어 봅니다.
식구로 살아 주었던 마흔 세 해 여섯 달,
그 빼곡한 시간의 갈피마다
가슴을 퍼내어 나누어주신 바다 머금은 눈길과
함께 흔들리며 묵묵히 얹어 주신 공감의 손짓들은,
저의 남은 날과 계절이 이슥하도록
잠들지 못하는 파도가 되어
오래 오래 출렁이게 될 겝니다.
기대었던 나무 둥치마다 또 다른 의미로 쌓아 둔
게으르고 투박했던 손짓에 대한 죄송한 낙엽은,
이 세상의 뒤에도 갚아나가야 할
<그리움>의 숙제로 삼겠습니다.
어둡도록 비가 그치지 않는 모진 저녁이나
떠오르지 못하는 안개가 대관령에 길게 감기는 날,
<강릉, 어느 모퉁이쯤에서 기다리는 사람>으로
생각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짚신 한 켤레, 지팡이 한 자루
홀연한 모습으로 떠나고 싶은 이 廣場이
<더불어 숲>으로 더 무성해지는 그 날까지,
더 맑은 웃음들이 저 하늘 가득하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기원합니다.
- <낮은 방> 창가에서
김 동 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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