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겉장 다 떨어져 나가서 너풀거리던 책,
제목도 제대로 알 수 없도록 남루한 모습으로
어린 시절 어느 교실 구석 책꽂이에서 나온 아이
그 이후 평생을 옆구리에 끼고 살면서도,
오후 세 시부터의 기다림, 그 행복을 꿈꾸면서도
밤이 지나고 새벽오면 하얗게 잊어버리던 아이
수 백 장 넘어가던 달력의 뒷장에서
매년 또 다른 모습, 낯선 의미로 다시 나타나곤 하던,
나인지, 너인지를 구분할 수 없도록 투명한 아이
언제쯤, 무엇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서
내 가난한 삶의 가운데를 혼미하게 횡행하던
그 노랑머리 아이의 실체를 만날 수 있을까?
어느 고속도로 중간의 눈쌓인 휴게소
칼바람 몰아치는 화장실 앞에서
불현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아이를 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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