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한 구석을 무에 그리 올곧게 채우지 못하면서
도대체 한 달여 넘도록 방에서 빈들거리지 못하고
여기 저기 몸뚱이가 보내는 경고에 참담하다가
거의 온 종일 반쯤 누운 자세로 빈둥대며
느른해지는 근육들의 게으름에 감격하면서도
문득 겨울 바람결에 섞인 풍경 몇 장 찾아본다
'장군의 옷을 입고 춤추는 모양'이어서
그리 이름 지었다는 인천 부근의 섬, '무의도'
풍경 스스로가 쓸쓸함으로 심히 흔들리던 섬 두 개
썰물에 의미를 잃고 막연하기만 하던 갯펄,
그 위에 덜렁 얹힌 작은 배를 사정없이 두드리는 바람,
뜬금없이 허공을 가로질러 악착같이 세운 출렁다리
따귀를 두드리고 겨드랑이까지 파고들던,
서해, 그 냉랭하고 심드렁한 회색 기운
내 가난한 영혼, 방황의 흔적조차 흩날리던
그 바람이 다시 인다!
무의도
'살어리 살어리랏다... > 초당별곡(2016.9)'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당별곡 172 - 행복한 아침 <아카펠라 '별의별'> (0) | 2018.10.04 |
|---|---|
| 초당별곡 171 - 피서(避書) 의 辨 <隨處作主의 되새김> (0) | 2018.10.04 |
| 초당별곡 169 - 다시, 1월 <겨울 집중기 연수> (0) | 2018.10.04 |
| 초당별곡 168 - 접혀있던 시간 <영화 1987> (0) | 2018.10.04 |
| 초당별곡 167 - 詩를 바꿔 걸며 <신영복의 '가슴에 두 손'> (0) | 2018.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