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남은 달력을 넘기고 이 영화를 보면
영화 만든 사람들에게 큰 죄를 지을 것만 같은
묘한 조바심과 흔들리는 미안함에 조조영화 가고,
어느 세월 바람에 휩쓸리는 모래 언덕처럼
얇은 모양새로 여러 번 접히고 또 접힌
고통과 암울의 시간 속으로 비척거리며 걸어 들어가
들키기 싫은 눈물을 몇 번이고 닦아내며
내게, 신음처럼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대도 1987년, 이 나라에 살아 있었느냐?"고...
디테일하게 재구성된 폭력과 비명의 뒤로
멍하게 빈 하늘에만 눈을 두고 세상은 외면하며,
자꾸만 뒷걸음질치던 또 하나의 낯선 내 그림자
1987은
그렇게 강렬하고 선명하게, 깊숙하게
두텁게 접힌 시간의 페이지를 복원한다
2017 마지막 날,
이제 겨우 무성해지는 겨울 바람 서슬이 좋아
박노해 詩 한 편 더 모셔다가 어둠 벽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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