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았던 땅 속 뿌리에서
하늘로 치솟은 줄기, 그의 몸을 빌어 뻗은 가지들
그 끝에서 햇살받이로 생겨나 푸르렀던 이파리
한 몸, 한 생명인줄 알고 살아 온 계절들
온갖 화려한 색깔로 낭자했던 가을, 그리고 이별
바람없는 땅바닥에 내린 누구는 흙이 되는데
모질게도 흘러가야 할 계곡 물살에 떨어져서
돌멩이보다 무거운가, 바닥 끝까지 가라앉아
투명한 갈색 얼굴로 하늘보는 저네들은 무엇이고,
세상 가벼이 보았던가, 그 무게조차 잃고
돌틈 사이 굽이치는 물살따라 떠 돌다가
고집스런 무늬결로 희한하게 쌓이는 저네들은...
온갖 터에 무늬, 地文이 있어
사람살이에 사람무늬, 人文이 있다면
지워지지 못하는 낙엽무늬, 葉文 또한 없겠는가!
남처럼 쉬 썪어 문드러지지 못하고
누구처럼 쉬 가라앉지도 못하더니
이제, 계절의 끝까지 흘러가지도 못해
스스로 물살에 엎어진 잔해가 되어
퇴락하며 흔들리는 무늬로 남는 그대여,
얼음 오는 날, 그 냉가슴으로 하늘 오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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