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제사는 지내지 말라하고
세상 소풍 끝낸 아버지가 떠나신 후
중학생 때부터 수십 년 혼자 지켜오던
얼굴 모르는 어머니의 제사도 함께 접었다
그리곤 한 해 두 번
설날과 추석 차례상 머리에
두 분의 60년 상봉을 의미하는 지방을
한 장에 나란히 써서 붙여드리기로 했는데...
- 顯 考 學 生 府 君 神位
- 顯妣孺人密陽朴氏 神位
도대체, 이 나라의 전통 지방 속에서
죽어서도 공부가 모자라는 저 남자는 누구이며,
허다한 밀양박씨 중에 누가 이 어미인고!
어쩌다 참으로 신박한 밤나무 위패 만났으니
전통 제례 양반 양식 차포 다 떼어 버리고
평생 운명처럼 불리웠던 고유한 이름 석자를
고스란히 찾아 짙게 새겨 드리기로 하였더라!
- 故 金景一 神位
- 故 朴東汝 神位
"모든 일체가 내 안에, 또 네 안에 있는데
벽에 대고 제사할 필요가 있겠는가?
조상은 저 쪽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으니 나를 향해 상을 차린다"는
해월의 向我設位 경지엔 차마 부끄럽지만
오밀조밀한 칼질과 세세한 먹넣기에
나름 정성을 쏟았던 작은 위패 쓰다듬으며
죽은 이름 찾아 되살리는 엉뚱한 도발을
괜한 자랑처럼 넉넉하게 반추하는 추석 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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